판교테크노밸리에서 출발한 스타트업 가운데 미래 유니콘을 꿈꾸는 기업들이 나오고 있다. 다양한 지원책과 혁신클러스터라는 이점을 활용해 성장가도를 달리는 기업들을 살펴봤다.
◇전국민의 중고시장 '당근마켓'
당근마켓은 2015년 7월 판교 지역 직장인 대상 중고거래 서비스 '판교장터'로 시작했다. 2015년 10월 당근마켓으로 서비스명을 변경하면서 가입 방식을 전화번호와 GPS인증으로 바꿔 판교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가입 장벽을 낮췄다. 지역민들의 연결, 이웃간 신뢰를 중심으로 투명한 직거래 문화를 조성한 당근마켓은 기존 음지에 머물러 있던 중고 거래 시장을 양지로 끌어올리며 기존 서비스와 차별화했다.
당시 서비스를 알리기 위해 아파트 게시판 광고, 판교역 앞에서 드론에 광고 현수막을 달아 띄우기도 했다. 이용자와 지속 소통하면서 요구를 반영하는 시도가 성장의 가장 큰 비결이었다. 매너온도, 활동 뱃지, 당근 장바구니까지 모두 이용자와 소통으로 기획되고 만들어진 서비스다.
당근마켓은 판교 지역을 시작으로 용인, 수지 등 지역 거점을 확대해 나가다 2018년 1월 전국 지역에 서비스를 오픈했다. 전국 오픈 당시 50만명이었던 월간 이용자수는 2019년 180만, 2020년 480만, 2021년 1420만을 넘어서며 최근 3년간 연평균 3배 이상의 비약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국내 최대 지역 생활 커뮤니티로 거듭난 당근마켓은 현재 가입자 수 2200만, MAU 1600만 등 매년 3배 이상의 성장을 이뤘다. 올해 8월 1789억원 규모 시리즈D 투자 유치를 마무리했다. 당근마켓은 연내 300여명 규모 인력 채용, 해외 시장 진출 확대, 국내외 마케팅 강화 등에 집중하며 독보적인 로컬앱으로 성장한다는 목표다.
김용현 당근마켓 공동대표는 “동네를 중심으로 한 이웃간 '연결'이라는 당근마켓의 철학과 서비스 모델이 판교에서부터 시작해 전국 단위, 해외 시장까지 확장되는 데에는 이용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소통이 큰 자양분이 됐다”며 “앞으로도 더욱 가치 있는 이웃간의 '연결'을 디자인하는 하이퍼로컬 앱으로서 혁신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해외서도 인정받은 제조 스타트업 '망고슬래브'
2016년 삼성전자에서 스핀오프해 설립된 망고슬래브는 판교에 둥지를 틀었다. 망고슬래브의 주력 제품은 점착프린터인 '네모닉'이다. 망고슬래브는 네모닉으로 창업 6개월 만에 세계 최대 가전제품 박람회 CES2017에서 삼성전자, LG전자와 함께 국내 기업으로 유일하게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다. 스타트업으로서 혁신성과 실행력을 잃지 않기 위해 회사 미션도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로 고객 경험의 혁신을 주도한다'로 삼았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2017년, 2020년, 총 2차례에 걸쳐 갤럭시S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했다. 해외에서는 아마존 런치패드(혁신제품 컬렉션)에 선정되며 전 세계 고객에게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수출 비중도 높여가고 있다. 매출 대비 수출액 비중은 낮은 편이었으나, 올해 100만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주력 제품도 생활가전 분야로 다양화할 계획이다.
판교에 본사를 설립한 목적은 판교에 위치한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였다. 경기도 스타트업캠퍼스, LH 기업지원허브 등에 입주해 창업기업임에도 좋은 근무여건 속에서 성장할 수 있었다.
정용수 망고슬래브 대표는 “의미 있고 새로운 도전을 장려하기 위해 유연한 조직문화를 지향하고 있다”며 “오전 8시부터 11시까지 자유롭게 출근할 수 있는 탄력근무제, 모두 담당업무에 대한 전문가라는 의미로 전 직원의 직급을 프로로 통일 등 수평적 문화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김정희기자 jha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