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화물운송 서비스가 규제 샌드박스 대상으로 지정될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딜리버리티가 신청한 서비스가 2년 6개월째 통과되지 못한 가운데 다른 스타트업이 추가로 샌드박스 지정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통부가 조만간 심의할 예정이어서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택시 운송 서비스가 표류하는 건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불가 입장 때문이다. 국토부는 법적 근거가 없다며 반대해왔다. 화물차 대수를 규제하는 상황에서 여객 운송 목적인 택시의 화물 운송을 허용하는 게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노선 기반인 버스에 한해 소화물 운송을 허용하고 있다.
법적 근거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정부부처로서 국토부 입장은 일리가 있다. 가뜩이나 이해당사자인 화물업계가 반발하는 상황이다. 법에 없는 정책을 허용했다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정부부처마다 이런 논리로 새로운 실험을 막는다면 '규제 샌드박스'는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규제 샌드박스는 일정 기간 기존 규제를 면제, 유예시켜주는 제도다. 법령이나 규제에 막혀 혁신 서비스가 탄생하지 못하는 폐단를 막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가장 먼저 도입한 영국은 이 제도의 결과물로 '알파고' '아스트라제네카' 등과 같은 혁신 제품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도입 2년만에 혁신 금융서비스 78건이 탄생했다.
따라서 규제 샌드박스 허용 여부는 당초 이 제도 취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 혁신 서비스를 한시적으로 허용해 주고 문제가 있으면 개선하거나 아예 불허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택시 운송 서비스가 과연 혁신적인지, 공익에 부합하는지 등을 놓고 먼저 판단하는 것이다.
택시 운송 서비스는 경영난에 빠진 택시업계에 부가 수익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급증한 배송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꼽힌다. 이 때문에 일본, 대만, 독일, 캐나다, 헝가리 등 해외 다수 국가가 허용하고 있다.
마차 살리자고 자동차 죽인 영국이 뼈아프게 반성하며 만든 제도가 규제 샌드박스다. 법적 근거만 내세운다면 애당초 이 제도는 설 자리가 없다. 국토부와 과기정통부가 이런 아이러니를 잘 조율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