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급 스타트업이 직접 벤처캐피털(VC)을 차리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기 시작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외연 확장보다는 동종 업계를 중심으로 협력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후배 스타트업과 협업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서다. 게임 등 특정 분야에 집중됐던 VC 설립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직방·무신사·스마트스터디가 대표 사례다. 직방은 2019년 프롭테크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전문 VC 브리즈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브리즈인베스트먼트 주력 투자 분야는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환경·사회·지배구조(ESG), 메타버스 등 다양하다. 프롭테크뿐만 아니라 투자 활동으로 상생 효과가 날 수 있는 분야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우미건설과 함께 각각 100억원을 출자해 200억원 규모 프롭테크워터링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후배 기업 투자에 한창이다. 지난 2018년 설립한 무신사파트너스는 다양한 패션 브랜드에 투자하고 있다. 올해 200억원 규모로 첫 벤처투자조합을 결성했다. 한국투자증권, 현대카드가 출자자로 참여했다. 스마트 리테일·비대면 소비재 분야를 비롯해 핀테크 등 무신사와 전략적 협력이 가능한 패션 분야 등에 주로 투자한다.
'핑크퐁 아기상어'로 유명한 스마트스터디도 스마트스터디벤처스를 설립해 애니메이션·게임 등 콘텐츠 제작 스타트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아이돌봄 애플리케이션(앱) 스타트업 '째깍악어', 캐릭터 기업 '키키히어로즈' 등에 투자했다. 지난 7월 조성한 450억원 규모 베이비샤크넥스트유니콘IP펀드를 통한 투자에 한창이다.
성장 단계에 막 접어든 스타트업이 이처럼 다시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것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단계인 만큼 초기 시장 진입 단계부터 든든한 우군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다양한 협력 업체를 보유한 기존 기업과 경쟁하기 위한 전략인 셈이다.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미 과거에도 스마일게이트나 솔트룩스 같은 기업이 상장 이후에 창투사를 설립하는 사례가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그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면서 “벤처생태계 발전 차원에서도 선배 창업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경험을 전수한다는 의미로 긍정적 변화”라고 말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