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인수합병(M&A)의 큰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유치를 통해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스타트업계 포식자로 거듭나고 있다. 유니콘을 넘어 엑시콘, 데카콘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적 M&A로 풀이된다.
◇유니콘, 동종·이종 가리지 않고 스타트업 '거침없이 M&A'
올해 직방, 비바리퍼블리카, 야놀자, 무신사 등 국내 대표 유니콘 기업들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 나서며 덩치를 키우고 있다. 주로 동종 스타트업 인수가 주를 이루고 있지만 최근에는 이종 스타트업은 물론, 대기업 자회사까지 인수에 나서 주목받고 있다.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택시업계의 격한 반발에 사업을 접었던 '비운의 스타트업' 타다를 전격 인수했다. 그간 은행, 증권, 보험 등 금융업으로만 확장해 온 토스가 이번 인수로 처음으로 모빌리티 분야로도 발을 뻗게 됐다. 타다 택시에 토스 간편 결제를 도입해 시너지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페이 등 카카오 공동체가 사실상 독점해온 택시 호출 시장 지형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에는 학자금 관리하는 핀테크 서비스 '올라플랜'도 인수했다. 토스가 올라플랜을 인수하면서 학자금대출을 받은 토스 이용자는 대출 잔액과 원리금 상환 내역 등을 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유니콘에 입성한지 3년여 만에 토스는 이번 인수합병 등으로 데카콘(기업가치 100억달러) 진입을 앞두고 있다.
숙박 애플리케이션(앱) '야놀자'는 코로나19가 무색하게 매년 공격적인 투자로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2조원 투자를 유치한 뒤 두 달여 만에 국내 종합 온라인 쇼핑몰 원조인 '인터파크'를 2940억원에 인수했다. 그간 여행사가 없었던 야놀자는 국내 온라인 항공권 예약 시장 점유율 1위 사업자을 품으면서 글로벌 여가 시장에 쉽게 진출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까지는 '숙박예약 시스템' 기반을 다지는 데 적극 투자했다. 2016년 호텔예약 서비스 '호텔나우'를 인수한 데 이어 2019년에는 숙박 예약 플랫폼 '데일리호텔', 호텔관리시스템 '이지테크노시스' 등을 끌어안았다.
부동산 중개 앱 '직방'도 올해 1월 카카오페이 자회사인 아파트 관리 앱 '모빌'을 인수했다. 입주민에게 전자투표, 전자결재, 전자관리비고지서 등 생활편의 기능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청소전문서비스 '호텔리브'를 운영하는 이웃벤처를 인수했고, 앞서 부동산 시세서비스인 '호갱노노'도 전략적 인수한 바 있다.
국내 1위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올해 스타일쉐어와 자회사 29CM를 3000억원에 인수했다. 자체 여성 프리미엄 패션 편집숍 '우신사'의 성장이 더딘데다 SSG닷컴과의 'W컨셉' 인수경쟁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전략적으로 인수했다. 스타일쉐어는 국내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디자이너부터 기성 브랜드, 해외 명품 브랜드까지 총망라한다. 회원 대부분이 15~25세 정도로 젊다. 29CM는 독창적인 디자이너 브랜드를 모아놓았으며, 주로 30~40대 여성이 중심이다.
이 외에도 지난 8월 국내 증시에 상장하면서 유니콘 신분을 벋어난 크래프톤의 경우에도 상장 전까지 동종업체 인수를 활발히 진행했다. 지난 5월 게임 개발사 드림모션을 인수, 6월에는 인터랙티브 콘텐츠 제작사 '띵스플로우'를 인수하며 상장 전까지 몸값을 올리는 데 적극 나섰다.
◇대기업 사업부 M&A까지 '눈독'
유니콘 기업들의 M&A 후보군에 스타트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들어 대기업 자회사나 사업부문 인수경쟁까지 참여하면서 최상위 포식자로 등극하고 있다.
국내 1호 프롭테크 스타트업 직방은 삼성SDS 홈IoT부문 인수에 나섰다. 지난 19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4주간 일정으로 영업양수도 방식 인수를 위한 실사에 착수했다. 매각대금은 실사 후 협상을 거쳐 확정된다. 직방은 이번 인수로 창립 10년만에 세계시장 문을 두드린다. 자사 IoT파트 소프트웨어(SW) 역량과 삼성SDS 홈IoT부문 하드웨어(HW) 기술 및 역량을 결합해 국내를 넘어 해외 스마트홈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몸집 불리기에 집중해온 직방의 행보가 전형적인 기업가치 부풀리기 일환이라는 지적도 있었다”며 “이번 삼성SDS 홈IoT부문 인수는 고급인재와 삼성 브랜드를 등에 업고 본격적인 내실 성장을 이뤄내기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앞서 토스도 2019년 12월 LG유플러스 전자결제(PG)사업부를 인수해 지난해 토스페이먼츠를 출범한 바 있다. LG유플러스 PG사업부 매각에는 토스뿐 아니라 글로벌 결제서비스 및 국내 PG사 등이 참여하면서 경쟁이 치열했다. 결국 토스가 품에 안으면서 업계의 이목을 샀다. 토스는 2018년 매출 548억원이었으나 2020년 3898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업계는 앞으로도 이같은 빅딜 사례가 줄 이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00억원 이상의 메가딜을 유치하는 스타트업들이 매달 늘고 있는데다 기존 유니콘 기업들 역시 막강한 자금력으로 영토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니콘으로 등극한 이후부터는 검증된 비즈니스모델로 고도성장을 이뤄야 한다”며 “때문에 이미 국내는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비즈니스모델이 검증된 대기업 사업부문을 인수하는게 적격일 수 있다”고 말했다.
<표>유니콘 기업의 주요 인수 스타트업 현황
(*8월 국내증시 상장으로 엑시콘이 됨)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