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정 총론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공청회에서는 미래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큰 방향에는 공감하면서도 과목 조정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현장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뒤섞였다. 이번 교육과정 개정 과정에서 기존 개정 과정에 비해 국민 목소리를 듣는데 적극적이었다는 점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보다 구체화된 내용이 있어야 현장에서 혼란을 겪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송영필 대구교육청 장학사는 “디지털 대전환, 기후환경 변화 등에 대응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 반영과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교육과정 개정은 일면 필요하다”면서도 “이 논리에만 한정하면 총론의 모호함, 교육과정과 학교 교육간의 괴리 문제는 해결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황현선 여수웅천중학교 학부모는 “교육과정이 이론적인 면에 치우치고 소수 연구자들에 의해 주도되어 학부모가 교육과정을 이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면서 “온라인 설문에서 학부모 참여율이 과반이 넘었다는 것은 관심은 있는데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현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시행되기를 바란다”며 다양한 교육적 과제에 시스템 시범 적용과 모니터링, 교육과정 개정 보완 작업 등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통 언어'로 교육과정을 명료화해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김새로나 김해제일고 수석교사는 “일례로 2015에서 '학생참여형 수업'이 '활동중심수업'과 동일한 개념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상당 기간 있었다”며 “교육과정에서 소개된 주요 개념에 대한 명료한 설명이 부족한 탓”이라고 꼬집었다. 과정중심평가 역시 도입 배경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아 도입 취지에 맞지 않은 수행평가 설계와 실행이 장기간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교육 과정 중 실시한 평가 결과를 학생들에게 피드백해주는 등 일련의 상호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한동안 내신에 반영하는 것을 과정 평가로 여기는 식이었다.
고교학점제가 중심이 된 만큼 고등학생들의 관심도 높았다. 오다령 송내고 학생은 “실질적인 과목 선택권 보장이 어려울 수 있고 지역 간, 학교 간 여건에 따른 격차가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교과 개수 편성 면에서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목 이기주의는 총론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공청회에서도 극명하게 나타났다. 코로나19로 공청회가 온라인으로 진행되다 보니, 줌과 유튜브를 통해 각계 의견이 전달됐다. 공청회가 진행되는 4시간 동안 각과목의 입장만을 주장하고 서로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초 단위로 올라왔다. 학생들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면서 자기 교과는 수업 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식의 이기주의가 팽배했다. 한국사 시수 감축에는 선택과목 보완을 제시했음에도 역사 의식이 부족한 결과물이라는 비판부터 각종 험악한 표현의 비난까지 쏟아졌다.
교육부는 공청회 외에도 교육계와 학생·학부모·전문가로 구성된 교육과정심의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총론 주요사항을 발표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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