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오는 2030년까지 산업부문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14.5%로 확정했지만 정작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현황 파악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실태 파악은 물론 향후 탄소감축을 지원할 근거조차 마련되지 못했다. 중소기업계에선 기초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지나치게 높은 감축 목표를 잡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소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현황에 대한 실태 파악 또는 통계 작성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날 국무회의를 통과한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을 산출하는 과정에서도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물론 배출 현황 파악 역시 담기지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탄소중립위원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현황 파악을 위해 여러 차례 자리를 만들었지만 정부는 물론 어느 협회·단체도 탄소중립에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면서 “정부 차원에서 하루빨리 중소기업에 대한 영향 파악과 향후 이행 계획을 수립하도록 요청했다”고 말했다.
당장 중소기업도 산업부문 감축 목표인 14.5%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정작 개별 중소기업 단위에서는 자신의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경기도에서 플라스틱 제조업을 운영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탄소배출량 파악을 위해 진단을 받으라고 하지만 예상보다 높은 비용이 소요될까 걱정돼 신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소벤처기업부 역시 현황 파악이 미흡하다. 고탄소 배출 10개 업종을 추려낸 것이 고작이다. 이마저도 재무제표를 바탕으로 전기사용량과 매출액 등을 역으로 계산해서 배출량을 도출한 지표다. 노후 설비를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현장 상황과는 괴리가 클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실태 파악 없이 감축 목표만 있는 상황에서 지원 방안 수립도 어렵다. 정부 지원에 따른 감축 효과를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산 확보를 위한 근거 역시 도출하기 어려운 구조다. 중기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중소기업으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연말께 종합 대책 마련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탄소중립기본법 시행령도 중소기업과 관련한 조항을 담을 수 있도록 관계부처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탄소 감축을 지원할 수 있는 법 역시 국회에 묶여 있다. 중소기업의 탈탄소경영을 지원하고 실태조사와 통계작성에 관한 내용을 담은 탈탄소 중소기업 지원법은 아직도 국회 소위원회의를 넘지 못하고 있다. 애초 탄소중립기본법 통과를 전제로 제정을 논의하던 법안은 지금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중소기업의 탄소배출 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면서 “실태조사 및 통계를 바탕으로 지원 대상과 규모를 명확히 하고 현장에 실제 예산을 투입해서 효과를 얼마나 거둘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정책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