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분기 실적에서 새 역사를 쓰고 있는 LG전자가 3분기도 기록을 이어갔다. 분기 매출로는 처음으로 18조원 돌파에 이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영업이익 모두 종전 기록을 갈아치웠다. '위드 코로나'로 경제 활성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연말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사상 첫 연간 매출 70조원 돌파가 유력하다.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 등 원가 인상 요인이 지속되고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이 사업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출시 1년 '오브제컬렉션' 효자상품 자리매김
LG전자 생활가전(H&A) 사업본부는 3분기 7조611억원 매출을 거둬 사상 첫 '7조원 돌파'에 이어 분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실적에 날개를 달아준 것은 프리미엄 가전 라인업 오브제컬렉션이다. 올해로 출시 1주년을 맞은 오브컬렉션은 '공간 인테리어 가전' 트렌드를 이끌면서 주력 가전 라인업으로 성장, 매출과 수익성을 상당 부분 책임지고 있다. 실제 주요 생활 가전 중 오브제컬렉션 판매는 절반가량 차지하며 시장에 뿌리를 내렸다는 평가다.
여기에 위생과 건강 관련 관심이 지속되면서 건조기, 스타일러, 식기세척기 등 스팀 가전 판매 호조가 이어졌다. 뒤늦게 시작됐지만 역대급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에어컨 판매량이 급증, 가전 실적에 기여했다.
◇올레드 대세, LG 지배력 확대
TV(HE) 사업 부문은 올레드 TV 선전에 힘입어 최근 4개 분기 연속 4조원대(4조1815억원) 매출을 이어갔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연초 올해 올레드 TV 출하량을 580만대로 전망했다. 6월에 610만대로 한차례 조정한 뒤 지난달에는 650만대까지 늘 것으로 예측했다. LG전자 역시 3분기 올레드TV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배나 늘었다. 글로벌 올레드TV 시장은 LG전자 전체 3분의 2를 점유하는 상황에서 올레드TV 수요 확대는 3분기 TV 매출에도 크게 기여했다.
◇사상 첫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 사실상 '확정'
올해 LG전자는 월풀을 제치고 사상 첫 글로벌 생활가전 매출 1위 등극이 유력하다. 최근 월풀이 발표한 3분기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3.7% 늘어난 54억8800만달러(약 6조3515억원)다. LG전자(7조611억원)가 3분기에 매출로 월풀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올해 3분기 누적으로 LG전자는 월풀에 2조원가량 매출이 앞서있다. 그동안 양사 분기별 매출 격차가 1조원 이하였던 것을 고려하면 월풀의 역전 가능성은 희박하다.
특히 지난해 월풀이 하반기 대규모 프로모션과 블랙프라이데이 등 대형 유통 행사 바람을 타고 LG전자를 제쳤지만 올해는 이런 특수도 기대하기 어렵다. 월풀이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LG전자는 냉장고 등 가전에 탑재되는 반도체를 상대적으로 공급 이슈가 적은 범용 칩을 쓰고, 공급망 관리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2017년부터 LG전자가 수성했던 글로벌 생활가전 영업이익 1위는 접전을 펼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LG전자가 월풀에 1000억원 이상 앞섰다. 4분기에 글로벌 생활가전 실적 1위 타이틀을 걸고 LG전자와 월풀 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연 매출 70조 시대, '위드 코로나' 변수
증권가는 올해 LG전자가 사상 첫 연 매출 70조원 돌파가 유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휴대폰 사업을 제외하고 역대 연간 매출이 60조원을 넘은 적은 없었다.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가 58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LG전자는 3분기 누적 매출 53조7130억원을 거뒀는데, 4분기 17조원 이상 매출이 예상됨에 따라 70조원 돌파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A사업본부의 경우 연말 생활가전 성수기에 진입하면서 적극적인 프로모션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 글로벌시장 지배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연말 대형 유통 이벤트 주력 품목인 TV 판매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글로벌 TV 시장이 대형화, 고화질 트렌드가 심화되면서 올레드 TV 수요도 급증한다. 시장 70%의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한 LG전자는 연말 마케팅을 강화 지배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다만 위드 코로나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며 수요 감소와 함께 원가 상승이 변수다.
전장(VS)사업본부와 비즈니스솔루션(BS)사업본부는 실적 개선이 필요하다. 당초 하반기 흑자전환이 예상됐던 VS사업본부는 3분기에 5376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GM의 볼트EV 리콜 충당금(4800억원) 반영이 큰 원인이지만 완성차 시장에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우려가 지속되는 것은 불안요소다. 대외환경 리스크에 선제 대응해 공급망 관리와 효율적인 자원 집중으로 수익구조를 개선한다는 계획이다.
3분기 적자(영업손실 123억원)를 기록한 BS사업본부도 재택근무, 온라인 교육으로 인한 노트북 수요 확대 수혜를 입었지만 반도체 수급 이슈와 LCD 패널, 웨이퍼 등 주요 부품가격 상승이 발목을 잡았다. 4분기에도 부품가격, 물류비 등이 상승하며 원가 부담 요인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략 제품 중심으로 사업 운영을 최적화해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