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경기 안산시에 있는 작은 제조공장을 방문했다. 대기업 지원을 받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했다고 하기에 얼마나 똑똑해졌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설계부터 생산 등 제조공정 자동화와 함께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을 접목한 첨단 시스템 구축을 상상하며 공장에 들어섰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랐다. 현장은 여느 제조공장과 다를 바가 없었다. 시끄러운 소리와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 이름 모를 부품과 장비들이 빼곡한 작업장. 첨단을 상징하는 큼지막한 디스플레이와 자동화 시스템을 상상했지만 어디에도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직원 출퇴근을 관리하는 근태 관리 시스템, 기계 오류 등을 파악하는 상황판 정도가 그나마 정보기술(IT)과 연관된 모습이다.
외형적 변화를 감지할 수 없었지만 60년 동안 제조업에 몸담았다는 기업 회장은 대기업의 스마트공장 지원은 자신들에게 엄청난 변화를 몰고 왔다고 힘줘 얘기했다. 도대체 그가 얘기한 스마트공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들이 말하고 원한 스마트공장은 대기업의 프로세스에 있었다. 작업대를 사람 몸에 맞게 바꾸고, 작업 동선을 최적화하며 공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관리 체계가 그것이다.
하다못해 작업별 조명 밝기를 다르게 한다거나 무거운 부품이나 생산품을 편하게 옮기는 맞춤형 대차 등을 스마트공장 성과로 설명했다. 첨단화, 자동화, 표준화 등 굵직한 IT 시스템에만 매몰돼 있던 나를 다시 돌아봤다.
정부, 대기업 할 것 없이 중소기업 제조 혁신을 위해 다양한 지원 사업을 펼친다. 기업 문제를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컨설팅부터 직원 IT 인식 함양을 위한 전문가 강연, 멘토링 등 다양하다. 그러나 많은 중소기업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IT 시스템이나 강연보다 눈에는 잘 보이지 않지만 대기업이 수십 년 축적한 '일하는 방식'이었다.
돈이나 물리적 시스템 등 정량적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만 대기업의 상생 활동을 평가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들이 도입하고 싶은 '스마트 시스템'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