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2035년 내연기관차 퇴출을 선언한 가운데 사실상 마지막 배출가스 기준이 될 '유로7' 초안이 연말 발표를 앞뒀다. 2025년 유로7 도입이 확정되면 자동차 제조사들은 더 엄격한 측정 환경에서 배출가스를 4배 이상 줄여야 한다. 자금력과 기술력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시행을 목표로 하는 강화된 내연기관 배출가스 규제 유로7 기준에 대한 초안을 연내 공개한다. 업계는 유로7 도입 시 내연기관이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현재 0.12g/㎞(유로6d)에서 0.03g/㎞(유로7)로 4배 감축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25년 이후 0.01g/㎞를 충족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측정 방식도 더 엄격해진다. 앞서 EU는 유로7를 위한 세 가지 예비안을 마련했다. 먼저 배출가스 측정 환경을 실제 도로 환경에 맞게 조정하고 단순화한다. 기존 이산화탄소나 질소산화물 외에 새로운 대기 오염 물질을 배출가스 제한에 포함할 예정이다. 차량의 전체 수명에 대한 실제 배출가스 측정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앞서 EU는 올해 7월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수준으로 감축하는 입법안을 담은 '핏 포(Fit for) 55'를 발표하면서 2035년부터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금지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애초 업계 전망보다 5년 이상 빨라진 EU의 탄소중립 발표에 글로벌 주요 제조사들도 전기차 전환 계획을 앞당기고 있다. 특히 프리미엄 브랜드의 발빠른 행보가 주목된다. 대중 브랜드보다 전기차에 대한 가격 저항이 적은 만큼 빠르게 전동화에 대응할 수 있어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2030년까지 모든 라인업을 전기차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2025년까지 2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할 방침이다. 제네시스와 재규어도 2025년부터 신차를 전동화 모델로만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다만 대중 브랜드 제조사나 상용차 제조사는 당분간 내연기관차를 포기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완전한 전기차 전환까지 일정 규모 판매량을 유지가 필요한 데 원가가 높은 전기차만으로는 시장별 대응이 어렵기 때문이다. 당분간 각 제조사는 대량생산 체제 유지를 위해 내연기관차와 전기차를 병행 생산하는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폭스바겐은 이미 유로7에 대응할 수 있는 디젤 엔진 'EA288 에보'를 개발해 최근 출시한 티구안에 탑재했다. 현대차·기아도 2035년 유럽 내연기관차 판매 중단을 목표로 저감장치 개발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현대차와 다임러 등 상용차 제조사도 수소·전기 트럭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성용 한국자동차공학회 부회장(중부대 교수)은 “현재 제조사 입장에서 유로7은 어렵고 복잡한 문제로 EU와 합의점을 찾기 쉽지 않을 전망”이라면서 “저감장치 개발이나 전기차 전환에 필요한 자금력과 기술력이 앞으로 제조사의 미래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