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가 독주해 온 국내 전기 트럭 시장에 중국산 모델이 내년부터 대거 등판한다.
정부가 승용전기차보다 보조금을 최대 1500만원 더 지급하고, 내년 보급 물량도 올해보다 약 두 배 늘렸기 때문이다. 또 한시적으로 최소 2500만원에 거래되는 화물 영업용 면허까지 취득할 수 있게 됨으로써 수요도 크게 늘었다. 업계는 중국차 저가 공세로 전기 버스 시장처럼 초기부터 '치킨게임'이 벌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3종의 전기 트럭(경·소형)이 내년이면 최소 7종으로 늘어난다. 내년에 추가되는 전기 트럭 가운데 국내 제작 차량은 디피코 경형 전기 트럭이 유일하다.
중국 비야디(BYD)와 둥펑 등이 1톤급 소형 전기 트럭을 국내에 출시한다. 비야디의 한국 수입·총판사인 GS글로벌은 전국 판매망을 이미 확보했다.
쎄미시스코와 제이제이모터스도 중국차 기반으로 배터리 시스템 등의 일부 부품만 국산화한 전기 트럭·밴을 출시한다.
이에 따라 내년에 국가 보조금을 받게 되는 전기 트럭은 기존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 기아 '봉고EV', 대창모터스 '다니고 밴'을 포함해 최소 7개 모델로 늘어난다.
90% 이상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현대차·기아는 내년부터 가격경쟁력을 앞세운 중국산 전기 트럭과의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국내 전기 트럭 시장에 갑자기 신차 출시가 이어지는 이유는 정부의 전폭적 지원 때문이다.
전기 트럭은 승용전기차보다 더 많은 보조금을 준다. 승용전기차의 국고 보조금(지방자치단체 보조금 제외)은 최대 800만원이지만 전기 트럭은 1600만원에 달한다. 서울 기준으로 지자체 보조금을 포함하면 전기 트럭은 2400만원의 보조금을 받는다. 4000만원 초·중반인 전기 트럭 출고가격을 고려하면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은 내연기관 상용차보다 훨씬 저렴해진다.
정부가 전기 트럭에 화물용 영업을 신규 허가하는 것도 시장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정부는 전기 트럭 보급을 늘리기 위해 그동안 제한한 운수업 허가를 지난 2018년부터 1.5톤 미만의 전기 트럭에만 예외를 두고 있다. 전기 트럭 영업용 번호판 신규 발급은 내년 4월까지 이뤄진다.
내년 정부의 전기 트럭 보급 목표는 올해 2만5000대보다 64% 늘어난 4만1000대다.
올해 9월까지 국내에서 판매된 현대차 포터 일렉트릭과 기아 봉고 EV는 총 1만9382대로 이미 지난해 연간 판매량 1만4394대를 크게 넘어섰다.
【표】환경부 전기 트럭 보조금 지원 물량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