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컴퓨팅장비 국산화 긴호흡으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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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간경쟁제품 제도에 힘입어 국내에서 컴퓨팅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이 최근 3년간 크게 늘었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에 따르면 서버 국내 직접생산 기업은 2018년 40개에서 올해 10월 기준 122개로 세 배가량 증가했다. 스토리지(디스크어레이) 생산 기업도 같은 기간 26개에서 40개로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 사이 부산·경남, 광주·전라 등에 직접 생산기업이 등장하는 등 지역별로도 고른 상승효과가 나타났다.

서버, 디스크어레이 등 컴퓨팅장비는 디지털 혁신 가속화와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 등으로 중요성이 지속 커지는 분야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지 못하고 안방에서마저도 글로벌 기업에 밀리는 형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컴퓨팅장비 국내 직접생산 기업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적지 않은 우리 기업이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려 직접생산을 포기했으나 해당 품목이 지난 2016년 중기간경쟁제품으로 처음 지정된 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많은 기업이 다시 돌아와 생산을 재개했다. 중기간경쟁제품 지정으로 공공 시장에서 사업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무너져가던 국내 컴퓨팅장비 산업 생태계가 다시 복원되고 있다는 소식이 반갑다.

여기서 안주해서는 안 된다. 국산 장비가 발전하고 있지만 아직 대형 시스템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경쟁이 쉽지 않다. 수요기업 사이에 국산 서버·디스크어레이 대한 인식이 낮은 탓이다.

코어 기술과 부품을 내재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일부 기업 제품을 두고는 단순 조립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컴퓨팅장비 핵심 기술·부품 분야에서도 국산화율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단기간에 이루기 힘든 일인 만큼 중기간경쟁제품을 비롯한 지원제도와 함께 국가 차원의 연구개발(R&D)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국내 컴퓨팅장비 기업 스스로 노력도 요구된다. 단순히 공공 매출을 올리는데 그치지 말고 보다 큰 시장으로 나아가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해야 한다. 컴퓨팅장비 국산화와 기술 자립, 어려운 길이지만 긴 호흡으로 한걸음한걸음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