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사가 주파수 할당대가 산정 때 '과거 경매대가'를 기준으로 명시하도록 한 전파법 개정 연구안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재량권을 과도하게 강화할 수 있다고 반발했다. 주파수 할당대가 제도 변화를 둘러싸고 정부와 이통사 간 갈등이 심화될 전망이다.
이통사는 과기정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주파수 할당 대가 관련 전파법 개정 연구안에 대한 반박 의견을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통사는 연구안이 주파수 할당 대가에 대한 시장의 예측 가능성 제고가 목적인 국회의 전파법 개정 취지를 살리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과기정통부 연구안은 전파법 시행령에 규정돼 있던 '동일·유사 용도의 주파수 할당대가 반영' 조항을 전파법에 상향 입법한 것이 핵심이다. 할당대상 주파수가 과거 할당한 적이 있는 동일·유사 용도의 주파수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기준은 주파수 대역·특성·대역폭·서비스의 종류 등을 고려해 판단할 수 있도록 했다.
이통사는 정부 연구 결과대로 전파법을 개정할 경우 '과거 경매대가 벤치마킹'이 사실상 유력한 주파수 재할당 대가 산정 기준으로 법제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통사는 김 의원이 발의한 전파법 개정안은 할당 대가 산정 전 3년 이내 과거 경매대가를 고려하도록 한 반면, 과기정통부 연구안은 과거 수많은 경매대가 중 어떤 경매대가를 반영할 수 있는지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통사는 연구안에 대해 과기정통부가 모든 주파수 과거 경매대가를 원칙적으로 반영 가능하고, 시행령 등으로 규정한 특정 경우에만 배제가 가능할 것으로 해석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과거 사례를 취사 선택할 경우, 결과적으로 과도한 주파수할당·재할당 대가를 산정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통사는 과거 경매대가를 반영해야 한다면 김영식 의원 발의안과 같이 3년 또는 5년 이내 등 참고 기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기한을 지정할 수 없다면 동일 용도 및 기술방식의 주파수 가운데 직전 동일 방식의 경매대가를 반영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주파수 이용권 연장에 해당하는 재할당 시점의 경제 가치가 과거 경매 시점의 가치와 같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과기정통부는 기한을 한정할 경우 특성이 유사한 주파수가 존재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정확한 경제적 가치 반영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통사는 과기정통부 연구안이 전파법에 이통사 등 이해관계인 의견 청취 의무를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절차법을 고려할 때 의견 청취를 넘어 이통사가 응답을 받을 수 있는 권리까지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행정절차법 제27조는 행정청은 이해관계인이 제출한 의견을 반영하지 아니할 경우, 이해관계인이 그 이유의 설명을 요청하면 서면으로 그 이유를 알려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영식 의원은 “법안심사 과정에서 다수 의원이 이통사의 예측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파법 개정안을 마련하여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며 “그런데도 본건 개정 연구안이 현행 전파 법령과 동일하게 과거 경매대가 적용 기준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은 국회의 전파법 개선 입법 의지를 무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예린기자 yesl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