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5G가 사물을 연결할 수 있을까

홍인기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홍인기 경희대학교 전자공학과 교수.

5세대(5G) 이동통신 가입자가 전체 이통 가입자의 4분의 1에 이르고 폴더블폰과 같은 새로운 형태의 단말이 시장에서 환영받는 시점에 '5G가 사물을 연결할 수 있을까' 하는 논제 자체가 말이 될 것인가 의문이 든다.

폴더블폰과 같이 화면이 커지거나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등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롱텀에벌루션(LTE)에 비해 높은 전송 속도를 요구해 5G가 필요한 측면도 있지만 기업이 B2B로 사업 영역 확대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사물을 연결하는 5G는 필수적이다.

B2B 대표 산업인 스마트공장에서 통신 대상은 각종 기계와 센서, 사물을 이송·조작하는 로봇 등이다. 시장은 사물을 연결하는 사물인터넷(IoT) 세상을 5G로 열겠다는 목표로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청사진에서 5G가 사물을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그럼에도 5G는 생각만큼 사물을 연결하고 있지 못한다. '5G 기반 스마트공장포럼'(TTA 표준화포럼)에서 현장의 소리를 들어보면 풀어야 할 기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유선통신을 5G로 대치했을 때 성능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지에 대한 확신이 없어 도입에 두려움이 있다. 흔히 잘될 거라고 하는데 실제로 5G를 도입해서 수집된 데이터를 통해 믿을 만한 성능 결과는 제시되지 못하고 있다. 와이파이로 연결하던 응용사례를 5G로 대체하는 데 더 적극적인 이유가 5G가 와이파이보다 높은 성능을 제공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구현하고 성능을 측정해서 정량화한 결과가 부족하다.

두 번째 통신 제공자와 이용자 간 기대 차이가 상당하다. 우리는 이통을 이용하면 매월 몇 만원의 비용을 치른다. 그런데 다수의 사물을 연결해야 하는 사물통신에서 기기당 몇 천원의 비용이라도 지불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러 기기를 연결하면 몇 백원이 안 되는 통신비용이 전제돼야 한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가의 통신 장비를 구축하고 얼마 되지 않는 통신 요금으로 사업을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5G 스마트공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구축 사례를 모으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 데이터 표준화도 필요하다. 데이터 종류와 형식을 사전 정의하고, 그에 맞게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야 한다.

기업은 데이터 공유에 소극적일 수 있다. 이미 스마트공장을 구축했는데 데이터를 공유해 봤자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별로 없고, 데이터가 자산이 되는 세상에서 데이터 공개 자체를 꺼리고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 5G B2B 시장의 레퍼런스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시행하는 5G 공공사업, 시범사업에서 표준화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데이터 제공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 양질의 데이터가 축적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와 함께 데이터가 실증사업 등을 통해 제공된다 하더라도 실제 기업에서 도입하기에는 부담이다. 통신 불안으로 생산 라인이 정지하는 등 위험을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런 부분은 정부 등에서 리스크 테이킹할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면 좋지 않을까 한다. 선도적인 스마트공장을 구축하고 그때 발생하는 위험은 분담할 수 있다면 스마트공장 활성화를 위한 마중물로 작용할 수 있다.

스마트공장 활성화로 경제적 이익이 확실하게 보인다면 통신 제공자와 이용자 간 기대 차이는 메울 수 있다. 통신비용을 넘어서는 경제적 이득이 보이고 5G 스마트공장의 다양한 사례와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통신비용을 치를 여력이 생기고, 도입이 확산할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공장 구축 이후 데이터 소유권에 대한 고려도 있어야 한다. 5G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에게 데이터는 중요하다. 데이터는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는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 스마트공장을 구축하려는 기업의 규모와 적용 분야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규모가 작은 기업은 데이터 수집과 컴퓨팅을 별도로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규모가 큰 기업은 별도의 컴퓨팅 능력을 갖추고자 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별, 응용 사례별로 데이터 공유를 위한 고려가 있어야 하고, 공유할 수 있는 데이터와 기업 자산이 되는 데이터는 어떤 것인지에 대한 검토도 있어야 한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공학과 교수(5G기반 스마트공장포럼 위원장) ekhong@kh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