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는 왜 유명할까. 다른 철학자들은 세상이 무엇으로 이뤄져 있는지가 궁금했다. 이들은 만물이 물, 불, 흙, 공기나 원자로 이뤄졌다고 여겼다. 세상 만물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외부 자원 활용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했다. 사람 바깥에 머물러 있던 철학을 사람 내면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삶의 의미를 따지고 가치를 추구하는 철학이 시작된 것이다.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면치 못한다.” 토머스 맬서스는 늘어나는 인구를 식량이 따라잡지 못할까 걱정했다. 종말을 막기 위해 결혼을 늦추고 출산율을 낮추자고 주장했다. 지금은 반대다. 저출산 장기화로 소년 인구가 줄고, 기대수명 증가로 고령인구가 늘고 있다. 2020년 신생아는 27만23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300명 줄었다. 한국 여성 한 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는 신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낮다.
본격적 고령화·저출산 시대로 접어들었고, 많은 사람이 이를 걱정하고 있다. 일과 자식에게 평생을 바친 고령인구는 길어진 노후를 감당할 경제력이 없다.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은 결혼과 출산을 늦춘다. 건강한 경제인구의 감소는 국력 약화로 이어진다. 인공지능(AI) 시대에는 고령인구는 늘며, 일자리와 미래인구는 준다. 정부는 고령인구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젊은이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국민을 노동력이나 인적자원 증감 차원에서 대하는 인구 대책은 효과가 없다. 고령화·저출산 시대에 소크라테스처럼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어떻게 높일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먼저 고령화를 보자. 누구나 늙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나 고령화는 축복이다. 의·과학 발전으로 신체·기능 장애가 있어도 오래 살 수 있다. 휠체어, 의수족, 인공심장, 시청각·뇌파를 이용한 감정·의견 전달 장치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문제는 경제력이 없으면 혜택을 누릴 수 없다는 것이다. AI 시대는 육체노동보다 정신노동을 높게 평가한다. 고령에도 고부가가치가 있는 정신노동에 참여할 수 있다. 고령의 신체·기능 장애를 해소하는 지원은 다양한 노동을 가능하게 하고 여가를 즐길 수 있게 한다. 물론 일을 할 수 없는 단계까지 이른다면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늙음을 이유로 인간 가치를 부정 당할 수는 없다.
다음은 저출산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는 것이 문제일까. 결혼과 출산율을 높이려고 장려금이나 축하금을 지급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걸 받기 위해 출산하는 사람이 있을까. 기성세대를 위해 미래세대를 희생하고 금전 혜택을 주며 노동력을 내놓으라는 것인데 누가 따르겠는가. 출산하게 하는 것은 출산 억제보다 어렵다.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희생으로 작용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의미와 가치를 찾는 과정이어야 한다. AI 시대는 자녀를 낳고 기르는 것이 행복해야 하고, 밝게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남녀노소 모두 부를 창출하는 시대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있다. 자녀 양육은 출산·육아 기간에 일에서 멀게 하고 경력을 끊는다. 굳이 남편의 경제력에 의존할 필요가 없는 지금 결혼은 필수가 아니다. 결혼 이외 다양한 형태의 가정도 인정해야 한다. 외국인의 국내 정착도 백안시할 것이 아니다. 그 후손 가운데에서 미래를 책임질 인재가 나올 수 있다. 미래세대 양육은 가정에서 국가로 책임을 넘겨야 한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의 일자리를 넘겨받지 못하고 불안한 세월을 보내고 있다. 고령세대도 늙음이 두려워서 일자리를 놓지 못하고 있다. 노동력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정책을 옮겨야 한다. 가정은 남성·부모 중심에서 자녀를 포함한 구성원 모두 대등한 관계가 돼야 한다. AI 시대 인구문제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에 기대야 해결된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