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듄' 배경 아라키스, 실제 인간이 거주할 수 있을까?

스파이스가 있는 행성 ‘아라키스’, 실제로 존재한다면 척박한 황무지인 그 곳에 인간이 거주할 수 있을까?

최근 개봉한 영화 ‘듄’은 스페이스 오페라 거장 프랭크 허버트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듄의 주 배경은 사막 행성 아라키스다. 이곳은 인간이 거주하기 힘든 환경이지만 노화를 막고, 예지 능력을 가지게 할 뿐만 아니라 행성간 이동까지 자유롭게 하는 신비의 물질 ‘스파이스(멜란지)’가 있는 유일한 행성이기 때문에 이를 둘러싼 경쟁이 치열하다.

영화 ‘듄’ 예고편 스틸컷.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영화 ‘듄’ 예고편 스틸컷. 사진=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아라키스의 기후를 가상으로 재현해 실제 인간이 살 수 있는지에 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호주 매체 더 컨버세이션에 알렉스 판스워스 브리스톨 대학교 기상학 선임연구원 등이 작성한 기고에 따르면, 아라키스가 실제로 존재할 시 인간의 거주가 가능하다.

연구진들은 원작 소설과 허버트의 절친 윌리엄 E 맥닐리 영문학 교수가 편저한 ‘듄 백과사전(Dune Engyglopedia)’을 바탕으로 아라키스의 지형, 기후, 대기 등을 가상으로 구현했다. 단, 책에서는 아라키스에 한 방울의 비도 오지 않는다고 했으나 실험에서는 매우 적은 양의 강수량이 있다고 설정했다.

원작의 묘사대로 연구진은 슈퍼컴퓨터에 자료를 입력한 뒤 3주 동안 관찰했다. 그 결과 가상의 아라키스는 소설과 일부분을 제외하고는 상당히 비슷한 형태로 기후가 전개됐다.

최저기온, 오존 등의 미세한 오차는 있지만 연구진은 아라키스가 ‘사람이 살만한 행성’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척박하다고 표현되는 열대지방은 아라키스에서 가장 살기 좋은 지역이다. 습도가 매우 적기 때문에 생활하기 좋다는 설명이다.

반면 아라키스인들이 거주하는 중위도는 더위 면에서 가장 위험하다. 월평균 기온이 섭씨 50~60도를 넘어가면 인간에게 치명적이기 때문.

듄 백과사전에 명시된 0.5%의 오존 수치도 시뮬레이션 기후에 비슷하게 작용했다. 오존 수치가 인간에게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아라키스인이 착용하는 스틸슈트로 상쇄한다고 가정하면, 높은 기온이 설명된다. 반면, 지구의 오존수치를 그대로 반영하면 낮은 이산화탄소 수치를 가지고 있는 행성은 8~10도 내외의 낮은 온도로 유지된다.

결론적으로 연구진들은 허버트의 듄이 1965년 작성한 소설임에도 실제 사람이 거주 가능한 행성과 상당히 유사하게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마나베 슈쿠로 미국 프리스턴대 교수가 첫번째 기후모델을 발표한 시기보다도 2년이나 이르다. 허버트 작가는 슈퍼컴퓨터의 도움없이 가상의 행성에 작용하는 기후 특징을 거의 비슷하게 그려낸 것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