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로 2년여 인내 끝에 이달 1일부터 단계적 일상 회복이 시작됐다. 가게 입구에서 '백신 접종 완료 2주가 지났습니다'라는 기계 목소리가 특별한 허락을 의미하는 것 같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그동안 보지 못한 사람과 시간을 함께 보낸 것을 기념하는 사진이 올라오고 있다. 코로나19로 고통받으며 벼랑 끝에 몰려 있던 자영업자를 생각하면 일상 회복이 더더욱 반갑다.
그러나 학교는 여전히 조심스럽다. 교육부는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등학교 대상으로 3주 동안의 준비 기간을 두고 22일부터 일상 회복을 시작하기로 했다. 18일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은 마지막 고비에 해당한다. 수능을 일주일 앞둔 11일부터 전국의 모든 고등학교가 원격수업으로 전환한다. 수험장의 집단 감염을 막고 시험장에 대한 방역 조치를 하기 위함이다. 올해 수능은 단계적 일상 회복과 함께 치러지는 시험으로, 위험도는 더욱 커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확진자 규모는 10배나 많다. 올해 응시자는 전년 대비 1만6387명이 증가한 50만9821명이다.
수도권 과밀학급 등에서는 여전히 제한적 등교가 이뤄지고 있다. 백신 접종을 받지 못하는 10대 이하 청소년이 대다수인 학교의 일상 회복은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백신을 접종했다 하더라도 감염이 되지 않는다고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교사, 교원 등 학교 관계자들의 긴장도 여전히 늦출 수 없다.
학생의 학습 속도가 저마다 다르듯 우리 사회에서 일상 회복의 속도가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감염에 취약한 환경이나 시설·대상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성인보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소아·청소년일수록 이러한 위험에 크게 노출돼 있다. 아직도 수능 날 아침이 기억난다. 아침 일찍 출근하는 아버지를 대신해 대학생 사촌오빠가 고사장인 학교 앞까지 차로 데려다줬다. 시험장 앞에는 수험생을 응원하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오래전 기억인데도 희뿌연 새벽과 차가운 공기, 어머니가 챙겨 준 보온도시락을 꼭 쥐고 있던 손의 기억이 선명하다. 한 아이를 기르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이 있다. 마지막까지 이웃의 수험생이 다른 걱정 없이 수능에 임할 수 있도록 각별한 배려와 철저한 방역이 필요하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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