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7408억원을 기록했다. 차이는 작지만 업계 맞수인 네이버의 같은 기간 매출 1조7273억원을 웃돌았다. 카카오가 분기 매출 기준으로 네이버를 앞지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3분기에 불어닥친 국회발 규제 역풍에도 사업은 건재했다. 콘텐츠 부문이 급성장한 데다 강세를 보인 플랫폼 부문도 호실적을 올렸다. 네이버도 선전했지만 카카오는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
우리나라 인터넷 산업을 대표하는 두 회사의 엎치락뒤치락 레이스는 처음이 아니다. 카카오는 지난 6월 14일 주식시장에서 장중 처음으로 네이버 시가총액을 넘어섰다. 두 회사 간 시총 차이가 1년 전만 해도 17조원에 이른 것을 감안하면 카카오의 파죽지세라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네이버가 다시 약 10조원으로 차이를 벌리며 카카오 위로 올라섰다. 규제 역풍이 증시에서 카카오에는 고스란히 충격타로 전해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닮은 점이 많은 회사다. 두 회사 모두 인터넷·모바일 생태계를 기반으로 성장했다. 형태는 다르지만 '플랫폼'을 강력한 무기로 삼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최근 웹툰 등 콘텐츠 사업으로 글로벌 진출을 강화하는 모습도 같다. 시간 차이는 있었지만 이른바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려 홍역을 치른 것도 닮았다.
두 회사의 경영진은 불편하겠지만 이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우리나라에도 구글 못지않은 빅테크 기업이 등장, 발전하는 것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생태계 전반에 걸쳐서도 좋은 일이다.
걱정되는 것은 폴랫폼에 대한 과도한 견제다. 일각의 규제만능주의가 자칫 이들 간의 경쟁 구도를 훼손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양사 최고경영진이 여러 상임위원회에 불려 다니며 비슷한 답변을 반복해야 하던 상황도 곱씹어 봐야 한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이라는 링 위에서 다른 변수 없이 오로지 기술력과 서비스 역량을 바탕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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