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협력 호재로 최근 시세가 급등한 가상자산 디카르고(DKA)가 유통량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디카르고 개발자가 시세 상승을 노려 보유 물량 수억개를 시장에 매각해 최대 수백억원 차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제기됐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는 디카르고에 대한 이 같은 의혹이 접수됨에 따라 사태 파악에 나섰다.
업비트 관계자는 “디카르고 팀 측에 유통량 조작 의혹과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소명을 요청했다”며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디카르고는 블록체인 기술로 물류 가시성과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며 지난 2019년 출범한 프로젝트다. 카카오인베스트먼트,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투자한 '델리오'나 카카오페이 배송을 담당하는 '이지고'를 주요 파트너사로 앞세워 주목받았다.
투자자들은 이더리움 트랜젝션 정보를 파악할 수 있는 이더스캔 기록을 기반으로 디카르고 개발팀이 디카르고 수억개 이상을 최근 업비트로 옮겨 차익을 실현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디카르고 시세를 개당 200원으로 가정할 경우 이들이 올린 수익은 최대 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했다.
발행량이나 유통량 조작이 사실일 경우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투자자에게 발행 사실을 공시하지 않고 가상자산 4억5000만개를 몰래 발행해 논란이 됐던 모스코체인은 업비트와 빗썸에서 모두 상장 폐지됐다.
올해 6월에는 피카가 유사한 문제로 업비트에서 상장 폐지됐다. 투자자에게 공개하지 않은 유통과 시장 매도 등이 확인됐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업비트에 제출한 계획서에는 유통량이 약 1억2000만개인데 실제로는 3억3000만개로 2억1000만개가 추가 유통됐다는 것이다.
디카르고는 지난해 6월 업비트에 상장했다. 총 발행수량은 50억개, 현재 유통물량은 약 10억1770만개다. 지난 5일 기준 시가총액은 2075억원 수준이다. 유통물량 약 97%가 업비트에서 거래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개당 170원대를 유지하던 디카르고는 지난 3일 카카오페이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면서 최고 320원까지 급등했다. 디카르고가 카카오페이의 배송 서비스 관련 물류 데이터 협업을 한다고 밝힌 내용 때문에 수혜주로 인식된 것이다. 유통량 조작 의혹이 퍼지기 시작한 지난 4일 오전 기점으로 디카르고 시세는 다시 200원대로 폭락했다.
디카르고에 대한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업비트 인도네시아 법인에 상장된 몇몇 암호화폐가 업비트에 상장하자마자 반짝 급등했다”며 “작전 세력이 고점에서 일반 투자자에게 코인을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이 언급한 가상자산은 디카르고, 밀크, 톤 등이다.
같은 달 업비트 역시 디카르고 측에 소명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업비트는 디카르고가 자사 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업비트는 △개발 이력 △온체인 활동 △사업 성과 △개발팀 역량과 커뮤니케이션 채널 △재정 건전성 여부 등을 토대로 내부 평가를 실시한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개발자가 시세 차익으로 수억 챙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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