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미디어 산업을 해외와 비교할 때 너무나 다르게 저가로 고착된 월 수신료 시장에 대해 종종 놀라게 된다. 유료방송 저가 시장만큼이나 해외 사례와 흥미로운 차이점을 보이는 분야가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스마트TV 활용이다.
국내 보급된 HD TV는 거의 다 스마트TV이다. 그런데 이름만 스마트TV이지 시청자 입장에서 스마트하게 활용하거나 제조사와 서비스사도 스마트하게 이용하려는 노력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과거 3D TV를 보급할 때도 마찬가지 흐름이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스마트TV가 홈엔터테인먼트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편리한 기능을 제공, 이에 따라 시청자는 스마트한 사용에 적극적이다. 국내 제조사인 삼성전자나 LG전자도 자사 스마트TV에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하기까지 한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최대 케이블TV(MSO) 컴캐스트가 미국과 유럽에서 수상기 제조업체와 함께 스마트TV를 개발, 보급한다. 방송 서비스사가 TV를 제조해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X클래스 스마트TV'가 바로 컴캐스트 제품이다.
디지털 안테나를 통한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넷플릭스를 포함한 OTT 및 유튜브TV 같은 가상유료방송(vMVPD), 주모(Xumo) 및 플루토(Pluto) 같은 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방송(FAST 플랫폼 채널)을 시청할 수 있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역 케이블TV인 컴캐스트가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월마트에서 스마트TV를 판매하는 것이다. 자사 권역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는 OTT 제공 셋톱박스인 '플렉스'와는 다르게 영역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컴캐스트 OTT 피콕의 가입자 확대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X클래스 스마트TV는 컴캐스트가 성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X1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X1 플랫폼을 개발하고 나서 셋톱박스뿐만 아니라 자사 초고속인터넷 가입자에게만 제공하는 OTT 셋톱박스 플렉스를 포함해 스마트TV에도 적용한 것이다.
이로써 자사 X1 플랫폼 위에 자사가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를 심리스(seamless)하게 적용, 시청자에게 편의성을 주고 있다. 시청자로 하여금 자사 서비스를 떠나지 못하게 하는 '록인 효과'를 노리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사실은 X클래스 스마트TV에서 지역 지상파 방송을 제외하고는 채널이 없다는 것이다. 단지 수많은 애플리케이션(앱)과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할 뿐이다. 원하는 콘텐츠를 자기 리스트에 지정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시청할 수 있다.
지금까지 생각해 온 채널을 통한 TV 시청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원하는 콘텐츠를 시청하는 디바이스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인터넷 주소창 'www'를 통해 정보를 찾는 시대를 넘어 앱으로 필요한 정보를 쉽고 편리하게 찾게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영국에서는 이동전화 약정처럼 '스카이 글래스'라는 스마트TV를 4년 동안 리스하는 계획을 컴캐스트가 인수한 영국 스카이TV가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TV로 스카이TV 케이블TV 채널, 넷플릭스·디즈니플러스와 같은 OTT, 유료 음악방송 스포티파이까지 편리한 사용자환경(UI) 및 사용자경험(UX)을 기반으로 제공한다.
이것이야말로 시청자를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로 묶을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가입자 감소를 겪고 있는 미국 유료방송 시장에서도 이런 제품을 곧 보게 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컴캐스트의 변화를 보면서 유료방송이 어디까지 진화할 것인가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는 방송이 아니라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라고 선언하면서 비즈니스 모델 변화를 지속 꾀하고 있다.
콘텐츠 진입창구(aggregator)로 시청자가 편하고 쉽게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는 X1 플랫폼을 개발해서 모든 서비스에 적용, OTT 셋톱박스 플렉스와 OTT 피콕을 넘어 스마트TV로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급변하는 방송시장 변화에 순응할 뿐만 아니라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컴캐스트는 방송사업자로서 채널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공하는 패러다임 변화까지도 이끌고 있다.
성기현 연세대 겸임교수 khsung200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