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랏돈을 들인 4차 산업혁명이 일부 계층의 부만 증대시킨다면 그건 쿠데타에 불과하고, 실패하면 반역이다. 그럼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는 세력은 누구일까. 데이터, 인공지능(AI) 등 관련 산업체와 주무관청의 공무원을 떠올린다면 절반만 맞힌 것이다. 군사정부 시대를 떠올릴 것은 아니지만 경제는 여전히 정치의 강한 입김을 받고 있다. 어떤 정권, 어떤 정부가 들어서는지와 야당 파트너가 누구인지가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의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물론 운이 가장 크게 작용하겠지만 효과적인 정치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 전국시대 진(秦)나라 상앙(商)의 개혁입법이 없었다면 중국 최초의 경제혁명은 실패했을 것이고, 진나라의 불필요한 법을 없애고 약법 3장으로 줄인 한고조 유방이 없었다면 중국 최초의 시장은 없었을 것이다. 1328년 중팔(重八)이라는 천민은 가난과 전염병에 부모·형제를 잃고 중이 됐다. 탁발승으로 유리걸식을 하다 돌아오니 절이 불타 없었다. 불에 그슬린 부처상 앞에서 점을 쳤다. '제가 절을 떠나는 것이 옳겠습니까.' 점괘는 불길하다고 나왔다. '그럼 절에 남는 것이 좋겠습니까.' 그것도 불길하다고 했다. 중팔은 부처상을 한참 올려다보더니 목탁을 부처상 면상에 던졌다. 그길로 홍건적이라는 거대한 '불길'에 몸을 던졌다. 명태조 주원장의 이야기다. 그의 치세는 좋았을까. 문자옥(文字獄)이라 해서 말 한마디 잘못해도, 글 한 문장 잘못 써도 반역죄를 물어 처형했다. 경제는 말할 것도 없다.
대선 후보의 TV토론, 언론 브리핑을 보면 그야말로 막말 잔치고, 아니면 말고 식이다. 언론이나 국민은 품위가 없다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기사로 옮기고, 이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퍼 나르며 은근히 즐긴다. 물론 구경 가운데 싸움 구경이 제일 재미있다고는 한다. 그러나 자기가 지켜야 할 사람을 위해 패거리를 짓고 욕을 하고 주먹질하며 싸우는 것은 역사시대 이전에나 우대받았다. 사람의 DNA에 아직 그때 기억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일종의 무형적 포퓰리즘이다. AI로 대표되는 미래에도 그런 정치 커뮤니케이션이 통하고, 유용할까. 그렇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았으면 좋겠다.
가까운 미래에는 공공·민간이 보유한 데이터 가운데 접근 가능한 데이터를 모아 AI로 분석해서 국민이 원하는 정책 수요와 후보자상을 끄집어낼 것이다. 이를 모든 대선 후보에게 제공해 그에 걸맞은 정책을 발굴·제안하게 해서 경쟁시키면 어떨까. 후보들은 분야별 참모를 동원해 정책을 만들고, 당선되면 그 참모들이 내각을 구성해 실행하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시대적 후보상도 중요하다.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후보자상이 데이터, AI 분석 결과로 나온다면 많은 후보가 자신이 적임자라며 표를 구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좀 더 시대에 부합하는 정당과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까. 물론 데이터, AI는 국민이 모르는 미래 요구도 분석해서 내놔야 한다. 대부분 데이터는 옛 데이터이기 때문에 그것만 분석해선 미래를 책임질 후보를 찾기 어렵고, 낡은 리더상에 부합하는 인물만 선택될 위험이 있다.
과거 국내외 대선에서 후보들이 빅데이터를 분석해서 국민 수요와 자신의 강점·약점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아 당선됐다는 보도가 많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선 유권자의 과거 투표 여부, 구독 잡지, 선호하는 음료 등도 수집해서 공략했다고 한다. 선거관리위원회 등 신뢰할 만한 기관이 관련 데이터, AI를 관리해야 한다. 데이터, AI가 악용되면 국민의 허점이나 감수성을 자극해서 적절치 못한 후보가 당선될 수 있다. 국민을 속인 공약으로 당선된 후보가 권위만 세우고 모든 것을 참모에게 맡긴 채 나 몰라라 한다면 그것도 문제다. 역사를 봐도 초기에 총명하던 지도자들이 망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로마의 네로가 그랬고 명나라 신종이 그랬다. 간신배가 들끓고, 나라는 엉망이 됐다. 대선 후보들이 강한 멘털을 보여 주는 것은 좋지만 국민 앞에 좀 더 겸손하고 솔직했으면 좋겠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국가지식재산위원) sangjik.lee@bk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