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마그네슘에 이어 우리나라 배터리 업체들이 주로 쓰는 배터리 핵심 원소재 가격이 올해 초 대비 일제히 상승했다. 리튬은 지난 1월 대비 261% 상승했고, 핵심 소재 중에 가장 비싼 코발트는 톤당 3만3000달러에서 5만6240달러까지 뛰었다.
현재 소재-배터리-완성차 업체는 가격이 오르면 구매비도 인상하는 '메탈가격 연동 계약'을 맺고 있다. 이 때문에 가격 인상에 따라 소재와 배터리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 결국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이 소비자와 밸류체인 마지막에 위치한 완성차 업계에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완성차 업계가 수익성을 견디지 못하고, 차량 가격을 올릴 가능성까지 조심스럽게 점쳐진다.
8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리튬이온 배터리 4대 핵심 원소재 거래 가격이 올해 1월 대비 일제히 뛰어 올랐다. 망간은 지난 1월 1톤당 1305달러(155만원)에서 11월 2365달러(280만원)까지 81% 상승했고, 같은 기간 코발트는 3만3000달러에서 70% 오른 5만6240달러, 니켈은 1만7344달러에서 13% 증가한 1만9590달러로 뛰었다. 특히 리튬의 경우 ㎏당 가격은 지난 1월 48.5RMB(8977원)에서 이달 175.5RMB(3만2490원)까지 뛰면서 261%나 급등했다.
국산 리튬이온계 배터리는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을 적정 비율로 배합해 만들어진다. 여기에 리튬을 섞으면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가 완성된다.
배터리 핵심 원소재 가격 상승은 리튬이온계 배터리 수요 확대에 따른 수급 불균형과 함께 광물 가격 증가에다, 원자재 생산국들이 코로나19 사태로 생산 차질을 빚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배터리 원소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차 제작사 수익성 악화와 함께 전기차 등 완제품 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배터리 벨류체인은 니켈 등 원자재를 구매, 가공하는 양극재 업체와 완제품 배터리 업체 간 메탈가격 연동 계약을 맺는다. 이는 광물·원자재 등이 상승 또는 하락할 경우 시세에 맞게 공급 가격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계약 방식이다. 메탈 가격 연동 계약은 완제품 배터리 업체와 전기차 업체와도 맺는 게 일반적이다. 이에 국내 배터리 3사(LG엔솔·SK온·삼성SDI)의 경우 원소재 인상에도 큰 피해가 없다. 다만 문제는 전기차를 생산해 판매하는 완성차 업계의 수익성 악화다. 현재 추세라면 기존에 1㎾h 당 100달러 수준이던 배터리 생산 가격이 5% 안팎으로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메탈 가격 연동 계약을 통해 원소재 가격이 오를 경우, 일정한 비율로 가격 상승에 따른 리스크를 조금씩 부담하긴 하지만, 그 비율이 적다”며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는 완성차 업체의 수익성 악화가 가장 크게 우려된다”고 말했다.
배터리 원소재 가격 상승은 리튬이온(NMC/NCA)뿐만이 아니다. 삼원계에 비해 저렴한 리튬인산철(LFP) 역시 리튬·인산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실제 중국 2위 배터리 업체인 BYD은 LFP 배터리 가격을 다음달부터 20% 인상 확정하고, 완성차 등 고객사 상대로 이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