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배터리 가격이 10년 만에 처음 올랐다. 전기차 시장이 생겨난 이래 생산량 확대로 매년 추락하던 가격이 오른 것은 이례적이다. 폭발적인 수요에도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오른 여파 영향이다. 실제로 배터리의 핵심 원재료인 리튬·코발트·니켈 가격도 폭등세로 돌아섰다. 올해 배터리 가격 인상분은 내년 차량 가격에 반영된다. 최근 공급 부족으로 치솟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까지 겹치면서 전기차 가격 인상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완제품 업계가 최근 완성차업체에 공급하는 배터리셀 가격을 2% 안팎 인상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블룸버그NEF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리튬이온 배터리팩 가격이 ㎾h당 135달러로 올해보다 2.3%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배터리 가격 상승은 블룸버그가 가격 조사를 시작한 2012년 이래 처음이다. 세계 전기차 수요는 지난해 약 300만대에서 올해 100만대 이상 늘어난 410만~42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배터리 가격이 하락하는 게 정상이다. 그러나 배터리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반대 상황이 빚어졌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이달 초 코발트 가격은 톤당 6만9000달러(약 8118만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의 평균과 비교하면 119% 오른 수치다. 리튬 가격도 ㎏당 190.5위안(약 3만5300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평균 가격 대비 410%나 뛰었다. 니켈 가격도 2만305달러까지 상승, 지난해 평균 가격보다 47% 올랐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배터리 소재-배터리-완성차 간 상승분 부담을 공급 가격연동제를 통해 구매자로부터 보전받는다. 반면에 최종 수요처인 완성차 업체는 인상분 보전 대상이 소비자뿐이다. 완성차 업체가 수익을 유지하려면 내년에 전기차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셈이다. 전기차 전체 생산 원가 가운데 배터리 비중이 40%나 된다.
완성차 가격의 인상 요인은 하나 더 있다. 반도체 품귀현상의 장기화다.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등의 차량용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 대형 반도체 업체인 N사는 최근 내년 MCU 가격을 20% 인상하는 안내서를 국내 완성차 업체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차량용 디스플레이·내비게이션 등에 주로 사용되는 국산 MCU 칩 업체도 내년 공급가격을 20% 올리는 절차를 밟고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