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당 길어질수록 치매 위험 높아진다

김우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용인세브란스 병원
김우정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사진=용인세브란스 병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은 김우정 용인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고혈당 기간과 합병증에 따른 치매 발병 위험을 규명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미국당뇨병학회(ADA) 학술지 'Diabetes Care(IF. 19.112)' 온라인에 게재됐다. 이은영 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 한경도 숭실대학교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교수와 공동 연구다.

김우정 교수팀은 건강보험공단 국가건강검진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2009년~2010년 일반건강검진에 참여한 40세 이상 모든 검진자를 정상군, 당뇨 전단계, 새로 발병한 당뇨, 5년 미만 치료 중인 당뇨, 5년 이상 치료 중인 당뇨로 구분하고 콕스 비례위험 회귀분석을 시행했다.

분석 결과 당뇨 전단계를 포함한 고혈당 정도와 기간이 알츠하이머형 치매 발병 위험 증가와 유의미한 관련성이 있음을 발견했다.

당뇨 전단계에서 5년 미만이나 5년 이상 당뇨로 갈수록 유의미하게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했다. 특히 허혈성 심질환·뇌졸중, 만성신질환 등 동반질환이 있을 경우 단순 당뇨만 있는 경우보다 치매 발생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새로 발병해 치료받기 전인 당뇨에서 치매 발생 위험이 발병 5년 미만 치료 중인 당뇨에서보다는 높고, 5년 이상 치료 중인 당뇨보다는 낮다는 점을 발견했다.

당뇨를 잘 관리할 경우 초기에는 치매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으나, 결국 당뇨 유병기간이 길어질 경우 치매 발병 위험이 불가피하게 증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연구는 80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진행돼 고혈당과 치매 사이 관련성을 살핀 연구 중 가장 큰 규모다.

용인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고혈당과 기타 동반질환이 뇌의 노화 과정을 가속화해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는 기존 가설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면서 “치매 예방에 있어서는 당뇨 전단계를 단순히 양성(benign) 상태로만 간주하거나 임상적으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김우정 교수는 “치매 예방을 위해서는 충분한 운동과 적정량 식이 조절을 통해 당뇨병이 생기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향후 당뇨 혹은 당뇨 전단계 환자를 위한 맞춤형 치매 예방방법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시소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