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차세대 6G 이동통신 R&D, 시작할 때다

정재훈 LG전자 연구위원
정재훈 LG전자 연구위원

대한민국이 2019년에 세계 최초로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를 달성했다. 그러나 망 단말 전반의 보급 이슈와 더딘 5G 융·복합 실현으로 말미암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5G 이후 차세대 6G 이통에 대한 여러 선행 연구 개발 추진과 글로벌 활동 소식이 들려오면서 '시기상조'가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다.

6G 이통은 오는 2025년께 글로벌 기술 표준화 진행, 2029년께 상용화 시작이 예상되는 미래 이통이다. 2030년을 지향하는 미래 트렌드 실현을 위한 통신 기술 수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래 트렌드로 대두되는 몇 가지 내용을 살펴보면 첫 번째로 확장현실(XR), 홀로그램 등 초실감 미디어를 활용한 '모바일 현실·가상 융합 실현'을 들 수 있다. 최근 촉진되고 있는 인공지능(AI)·기계학습 기능이 모든 서비스와 연결성 제공 주체에 깊숙이 전파되고, 유기적인 연결과 협동으로 더욱 고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커넥티드 AI 실현'도 주요 트렌드로 제시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5G를 매개로 시작하는 교통·자율주행, 산업 생산, 물류, 의료 등 산업 분야에서 '통신 융·복합을 통한 서비스·산업 고도화'가 대부분 2020년대 후반에 이르러 본격적인 시장 창출의 꽃을 피울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 에어 모빌리티 등 적용 대상 확산이 예상된다는 점도 주목되는 트렌드의 하나다.

반면에 이통 발전 추세를 살펴보면 2009년 4G 롱텀에벌루션(LTE)과 2019년 5G 뉴라디오(NR)에 이어 6G 이통 기술도 10년 단위 기술 세대교체 주기에 맞춘 기술 연구개발(R&D) 계획화·추진이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19년부터 2025년의 본격적인 글로벌 표준화 추진 직전까지 약 5~6년 기간이 국제전기통신연합 전파통신부문(ITU-R) 6G 이통 기술 비전 수립 및 주파수 할당, 주요 킬러 애플리케이션(앱) 및 핵심 원천기술 발굴 골든타임으로 작용할 것임은 자명하다.

최근 이통 기술은 국가 간 기술 패권 경쟁의 한 축으로 떠올랐다. 미국은 2016년부터 촉발돼 온 미-중 무역 갈등의 주요 축인 중국 화웨이 사태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수차례 5G 기술 패권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표현한 바 있다. 2020년부터 미국이 6G 이통 기술 R&D를 주도하는 '넥스트G얼라이언스'를 설립, 미래 6G 기술 패권을 미국이 다시 주도하겠다는 의사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 유럽연합(EU)도 '헥사-X'(Hexa-X)라는 6G 이통 기술 주도를 목표로 하는 플래그십 과제를 추진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은 올해 안에 6G 이통 R&D 컨트롤타워 역할을 추진할 단체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6G 이통에 대한 기술 경쟁의 조기 촉발은 5G 기반 통신의 융·복합 확산 기조를 그대로 승계하면서 커넥티드 AI 실현과 초실감 미디어를 통한 현실·가상 융합 등 미래 메가 트렌드를 6G 이통이 주요 기술 수단으로 실현하게 된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동향 추세에 맞서 6G 기술 선도 지위를 확보하고 핵심 원천기술 확보의 주요 이해관계자(stake-holder)가 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6G 이통 R&D에 중장기 전략을 마련해서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다행스럽게도 정부가 올해부터 6G 핵심기술 개발 사업을 통한 국책과제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국내 기술 주도 기업 또한 6G 이통 관련 괄목할 만한 기술 R&D 결과와 글로벌 활동 역량 발휘를 통한 기술 선도를 추진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앞으로 6G 이통 R&D의 글로벌 기술 주도로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이통 분야의 세계적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을 기대해 본다.

정재훈 LG전자 연구위원 jaehoon.chung@lg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