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혜권의 에듀포인트]<5>정부 SW 인재 양성, 효과 높일 때다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전환이 가속화된다. 새롭게 등장하는 플랫폼 기업은 물론 전통 제조기업까지 디지털 기반으로 혁신한다. 디지털전환의 핵심은 소프트웨어(SW)다. SW 인력 수요가 급증한 이유다. 과거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Dirty·Difficulty·Dangerous) 3D에서 '꿈이 없는'(Dreamless)이 추가돼 4D로 불릴 정도로 소외받던 SW 개발자가 이제는 가장 선호하는 직업이 됐다.

[신혜권의 에듀포인트]<5>정부 SW 인재 양성, 효과 높일 때다

우수 SW 개발자는 하루가 멀다 하고 네카라쿠배당토(네이버·카카오·라인·쿠팡·배달의민족·당근마켓·토스) 등 플랫폼 기업이 쓸어간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는 아침 출근길에서 오랜만에 만난 옛 동창 SW 개발자가 저녁에는 한 회사 동료로 퇴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정보기술(IT)서비스 대기업조차 SW 인력 걱정을 하는 상황이니 중소 IT기업은 말할 것도 없다.

이쯤 되면 SW 인력 수급에 빨간불이 제대로 켜진 셈이다. 사실 SW 인력 수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SW정책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앞으로 5년 동안 SW 인력은 정규 교육과정과 정부의 SW 인재양성 사업으로 배출되는 인력 모두를 고려해도 약 4만명 부족하다.

정부가 SW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필두로 고용노동부·중소기업부·교육부, 최근 국방부까지 관련 부처가 SW 인재 양성 정책을 마련해 시행한다. 정책 대상도 다양하다. 초·중·고등학생을 비롯해 대학생, 취업준비생, 재직자, 이직자, 군장병 등 전방위다. 교육 내용도 저변 확산을 위한 SW 기초교육부터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전문 심화교육까지 단계별로 이뤄진다. 물론 많은 예산이 투입된다.

우선 정부의 SW 인재 양성 정책을 환영한다. SW 인재 양성을 대학 등 교육기관만 담당하기에는 이제 한계다. 더욱이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대학 강의실이 따라가지 못한다. 결국 산업 현장과 협력해야 하는데 대학·기업이 자체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디지털전환이 가속되면서 기업도 직접 SW 인재를 양성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대기업 얘기다. 중소기업은 꿈도 못 꾼다.

정부가 추가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SW 인재 양성 정책 효과다. 현재 마련된 SW 인재 양성 정책은 다양하고 광범위하다. 정책 하나하나의 의미가 충분히 있다. 다음은 어떻게 하면 효과를 높일 수 있을지다. 정부는 구직자 등 대상으로 다양한 취업 교육을 무상으로 제공한다. 교육에 참가하면 훈련장려금 명목으로 일종의 생활비도 지급한다.

피교육생이 교육을 적극 받게 하겠다는 것이 정부 취지다. 그러나 이와 달리 피교육생은 갈수록 절실함을 잃어 간다. 무상 교육이 많다 보니 '이번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다른 교육을 받으면 되지'라고 생각한다. 정부로부터 위탁해 교육을 수행하는 일부 교육기관(기업)도 마찬가지다. 변화하는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오래전 커리큘럼 그대로 교육하는 곳도 있다. 교육받은 피교육생은 당연히 취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의 SW 인재 양성 정책 실행에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인원을 카운팅 하는 교육은 지양해야 한다. 단 100명을, 1000명을 교육하더라도 현재 산업에서 필요한 인력을 양성해야 한다. 대학과 기업을 더욱 적극 연계해야 한다. 피교육생을 당장 기업에 투입할 수 있도록 산업 생태계가 모두 참여하는 교육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일부 잘나가는 대학과 기업만의 참여는 의미가 없다. '서울대와 네이버의 SW인재 양성 협력'이 과연 SW 산업 전체 인재 양성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까. 서울대와 네이버는 정부가 도와주지 않아도 충분히 잘하지 않을까 한다. 일부 잘나가는 대학과 기업이 아니라 그 외 대학과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가 더욱 절실하다.

피교육생도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형식적 스펙이 아니라 산업 현장의 인재로 거듭나서 자신의 꿈을 펼쳐 보이겠다는 절실함이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에도 대기업 못지않은 좋은 중소기업이 많다. 현재 취업 우선순위로 꼽히는 네카라쿠배당토도 과거에는 스타트업이었다. 중소기업, 스타트업에서 리더형 SW 인재로 성장하는 것도 멋진 일이다.

신혜권 이티에듀 대표 hk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