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정보기술(IT) 업계에 빠삭한(tech-savvy) 사람이 아니라 해도 귀에 익은 단어가 된 지 오래지만 블록체인을 보는 관점과 블록체인에 품고 있는 기대는 제각각 천차만별, 동상이몽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블록체인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 기술이라며 몇 해 전부터 추켜올리고 있다. 반면에 평범한 성인 상당수는 아직도 '블록체인=비트코인'과 같다. 이런 인식에 여기저기서 들은 '카더라 썰'이 합쳐지면 의식 흐름에 의해 '블록체인=일확천금 아니면 패가망신'이라는 결론이 탄생한다.
흥미롭게도 블록체인-대체불가능토큰(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에 대한 등급 분류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는 게임물관리위원회 입장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게임위는 NFT 기술이 적용된 게임에 대해 사행성을 우려한다. 더 자세하게 말하면 사행성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즉 가능성만으로 NFT 게임의 국내 출시를 막고 있다.
수많은 글로벌 회사가 블록체인 게임에 뛰어들고 있고, NFT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의미있는 행보와 성과를 보이며 시장을 선점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에 대한 국내 인식처럼 NFT 게임에 대해서는 'NFT게임=비트코인=도박'이라는 결론이 형성된 듯하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임기 끝나갈 무렵에 남성 월간지 'GQ'와 한 인터뷰가 생각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당시 10대이던 두 딸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
“두 아이 모두 스마트폰을 나로선 상상도 못할 만큼 자유자재로 다루지만 어느 정도 머리가 굵어지고 나서 스마트폰을 접한 첫째보다는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함께 자란 둘째가 더 능숙하다.”
스마트폰을 새로운 문물로 받아들이는 세대와 태어날 때부터 당연하게 여기는 세대의 차이점을 언급한 것이다. 그렇다면 블록체인도 이런 인식차가 있지 않을까. '나 어릴 때부터 늘 있었던 것'으로 인식하고 살아갈 지금 어린이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지 궁금해졌다.
지난해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학교생활 같지 않은 학교생활을 맞은 조카에게 블록체인에 대해 물어 봤다. 조카는 컴퓨터나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빈번하게 사용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다. 조카는 블록체인이 '블록으로 된 자전거 체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고서는 무엇이냐고 반문했다.
나는 블록체인 설명을 위해 종이를 셋으로 찢어 나누고 동그라미를 그렸다. 이어 석 장 모두에 세모를 그렸다. 모두 같은 그림을 똑같이 그려졌다. 나는 “모두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만약 누군가가 다른 그림을 몰래 그려 넣어도 다른 종이랑 비교해 보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 게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조카는 사행성과 접점을 찾지 못한 듯했다.
세대를 너무 많이 건너뛴 것 같아 조카보다 디지털 경험이 풍부한 MZ세대 게이머 A에게 블록체인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부탁했다. 온라인 게임 아이템 현금 거래를 통해 디지털 자산 거래 경험이 있는 사람이다. A는 대충은 알지만 정확히 설명하는 건 어려워했다. A는 “토렌트나 온라인 게임 해봤죠? 그러니까… 게임 머니… 아이템… 뭐 비슷한데…아 어려워요, 잘 모르겠어요”라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 그도 블록체인과 도박은 동일 선상에 놓지 않았다.
잉글랜드 축구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 감독 앨릭스 퍼거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는 시간 낭비”라고 했다. 그러나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에는 여전히 이용자가 몰린다. 마찬가지로 유명 투자자 워런 버핏이 암호화폐를 아무리 깎아내리려 해도 암호화폐에 대한 관심은 커져만 간다.
다만 필부필부들에게 블록체인은 아직 '몰라도 살아가는데 지장없는' 기술에 가깝다. 블록체인 기술은 주로 '내 통장 불리기'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이유다.
블록체인 기술 잠재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블록체인은 분명 미래를 이끌어 갈 기술이다. 'tech-savvy'한 사람이 들으면 놀라겠지만 단지 널리 퍼져 있지 않을 뿐이다. 블록체인 기술이 적용된 '백신여권' 등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활용도가 늘어나면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이원열 위메이드 팀장 wylee@wemad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