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카드사가 동네북인가

[사설]카드사가 동네북인가

선거철이 오면 포퓰리즘 정책이 쏟아진다. 금융시장에서의 대표 포퓰리즘 정책이 '카드 수수료 인하'다. 먹고 살기 어려운 소상공인과 영세상인의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 항상 거론되는 것이 가맹점 수수료다.

정부는 3년에 한 번씩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한다.

그동안 수차례에 걸쳐 카드사 가맹점 수수료는 인하됐고, 실제 영세상인은 큰 혜택을 누렸다.

가맹점 수수료를 거의 내지 않는 가맹점이 상당하다. 문제는 가맹점 수수료율을 정부가 인위적으로 정하는 데 있다.

세상 어디에도 가맹점 수수료를 정부가 개입해서 정하는 곳은 없다. 포퓰리즘을 넘어 자본주의 체제를 역행하는 일이다.

물론 그동안 카드사가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를 챙기거나 가계부채를 늘리는 데 책임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 해서 자본주의 시장에서 정부가 카드 수수료율 정책에 개입하고, 이를 표몰이 정책으로 이용하는 행위는 이제 그쳐야 한다.

이례적으로 카드사노조협의회가 총파업에 나서는 등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카드사가 고객의 지갑을 털어서 곳간을 채운다는 인식은 잘못된 편견이다. 그동안 카드사는 역대 최대의 이익을 내며 승승장구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이를 잘 들여다보면 착시효과가 있다.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발생하는 적자를 소비자 혜택을 대폭 줄여서 메우고 있다. 소비자가 누려 온 많은 카드 프로모션과 혜택을 줄이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독선적인 카드 수수료 인하에 간섭할 게 아니라 대형가맹점의 수수료 인상을 통해 이 같은 역차별을 해결하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카드 결제를 통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외국계 대형가맹점과 백화점, 면세점, 항공사 등에 정부는 침묵으로 일관한다.

이제 가맹점 수수료 등급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언제까지 동네북처럼 카드사만 쥐어짤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