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으로 화학반응을 조절할 수 있는 촉매를 개발했다. 기존 광스위칭 촉매 모두 빛을 받을 때 반응을 시작한 것과 달리 빛을 받으면 반응을 멈추는 최초 연구사례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홍석원 화학과 교수팀이 빛을 이용해 반응성을 실시간으로 조절할 수 있는 루테늄 올레핀 복분해 촉매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루테늄은 백금족 원소의 하나로 단단하면서도 잘 부스러지는 금속이다. 다른 백금족 촉매와 마찬가지로 수소화·산화 촉매로 이용된다.
올레핀 복분해는 금속 촉매를 이용해 출발 물질 탄소-탄소 이중 또는 삼중 결합이 분해돼 각각 새로운 탄소-탄소 이중 또는 삼중 결합 화합물을 형성하는 반응이다. 다양한 작용기를 갖는 고리, 비고리 알켄, 고분자 합성에 사용된다.
자연이 만들어낸 최고의 촉매인 효소는 외부 자극에 의해 유기적으로 활성, 비활성 상태를 전환할 수 있다. 화학자들은 단순한 촉매를 넘어 외부 자극으로 전환 가능한 기능성 촉매를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하고 있다.
복분해 촉매 반응은 유기화합물에 새로운 결합을 형성하거나 다양한 작용기를 도입해 고분자·연료 첨가제·의약물질 등과 같은 생물학적 활성을 지닌 유기 화합물 합성 등에 폭넓게 응용된다. 온오프 스위칭 촉매는 외부자극에 의한 반응성 조절이 미미하거나 산 염기 또는 산화 환원 반응과 같은 실사용이 불편한 자극원을 이용했다.
기존 광 스위칭 촉매는 모두 빛을 받을 시 반응을 시작하는 복분해 촉매만 존재했다. 연구팀은 빛에 감응하는 아조벤젠 작용기가 빛을 받을 시 구조가 바뀐다는 사실에 착안해 이 구조를 기존 복분해 촉매에 도입함으로써 빛에 따라 구조가 바뀌는 촉매를 확보했다.
새로 개발한 촉매는 여러 복분해 반응에서 빛에 따른 극적인 반응성 차이(60~300배)를 보이며 이는 동일전략을 이용한 기존 촉매의 반응성 차이(1.5~2.5배)보다 크다. 반응 중 빛 조사조건을 바꿔주면 그에 따라 반복적으로 반응성이 온오프(on-off) 전환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홍석원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빛으로 반응을 멈출 수 있는 첫 촉매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다”면서 “온오프 스위칭 촉매를 이용해 반도체 집적회로를 만드는 포토리소그래피와 같은 빛을 이용한 패터닝 기술 적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지스트-그럽스 센터와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아 홍석원 교수(교신저자)와 박성욱 석박사통합과정생(제1저자)이 주도했다. 미국화학회가 발간하는 촉매 분야의 세계적 학술지 'ACS 카탈리시스(Catalysis)' 온라인에 게재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