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미래전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년 동안 제조업의 생산성 증가율이 연평균 3.6%를 보인 데 반해 건설업은 연평균 1% 증가율을 기록했다. 건설업의 저성장·저생산은 전 세계 공통 현상이다.
그러나 부동산 규제 강화와 건설투자 침체 등으로 건설업계 위축은 심화하고 있으며, 돌파구를 찾기 위한 디지털 혁신 경쟁은 가속되고 있다.
많은 기업이 현실과 가상을 접목한 3차원 세계인 '메타버스'의 기술로 일컬어지는 가상현실(VR) 기술, 건축정보모델링(BIM) 등을 통해 안전사고 방지에 대응하는 한편 모바일기기와 3D프린팅 기술 등을 활용해 시공 현장에서의 생산성을 증진하고 프로세스의 효율화를 추구하는 등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을 위한 투자와 관련 테크기업 발굴 및 협업에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이러한 디지털전환과 혁신은 이제 건설 프로젝트 관리부터 설계 및 구매 조달이나 시공, 감리, 분양 관리에 이르는 전 영역에 걸쳐 일어나고 있다. 나아가 개발 구상, 입지 분석 및 선정 단계부터 타당성 검토에서 빅데이터에 기초한 인공지능(AI) 분석을 도입하는 형태로 확대되고 있다.
금융, 제조, 유통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 디지털 혁신의 압력이 상대적으로 기술 도입에 느릴 수밖에 없는 건설 부동산 분야에서도 빠른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새로운 기술 기업에서는 산업 간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빅블러(Big Blur) 현상이 가속되면서 전통 산업 도전과 협업을 시도할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 속에 빅밸류는 건설·부동산 분야에서 공간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한 'AI 디벨로퍼'(AI Developer)를 개발했다. 건설사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이 솔루션은 기업의 개발정보와 빅밸류 부동산 공간정보를 결합해서 기업의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전환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개발된 도시계획 지식기반 공간 빅데이터 분석 서비스다.
부동산 개발사업 진행 과정에서 전국 단위로 개발 입지를 탐색하고, 개별 물건의 수익성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췄다. 인력이 투입된다면 수개월이 소요될 수 있는 탐색 과정을 단 몇 분 만에 완료할 수 있고, 정교하게 토지 매입비용과 사업 소요비용을 산정해서 사업 타당성을 판단하는 지표로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혁신적인 솔루션 등장에는 다양한 빅데이터의 정제와 결합,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이 바탕이 된다. 토지, 주택, 상업시설, 산업단지, 도로, 공공시설물 등 공간의 다양한 정보들은 3D지도 데이터와 같은 지리정보체계(GIS) 정보와 결합돼 공간을 파악하는 기초 토대를 제공한다. 여기에 부동산 개발 프로세스에서 생성되는 기업 데이터와 같은 이질적인 데이터와 결합하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솔루션이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빅데이터와 AI 등 디지털 기술은 많은 산업에서 파괴적 혁신을 이끌 파괴적 기술로 일컬어지지만 파급력은 건설·부동산업에서 더욱 큰 변화를 만들어 낼 것으로 보인다. 노동집약적이며, 복합적이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크면서, 개발의 생애주기가 긴 분야인 만큼 변화의 잠재력은 더 크다. 그 가운데에서도 공간 정보는 건설 부동산 분야의 혁신뿐만 아니라 타 산업과의 융합을 통한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창조하고, 우리가 예상하지 못하는 변화를 가져올 연결 고리가 될 것이다. 위기가 누군가에게 기회가 되듯 변화 속에서 길을 찾기 위한 도전이 미래의 새로운 가치로 돌아올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할 때다.
김진경 빅밸류 대표·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 jin.kim.10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