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중 정상회담은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는 세간의 평가와 별개로 시대를 상징하는 '사건'이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스크린을 앞에 두고 마주 앉은 장면은 그 자체로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를 보여 줬다.
이번 회담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뒤 시 주석과 처음 갖는 자리이자 미·중 관계가 예민해진 시기에 마련됐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미·중 정상회담이 대면 방식이 아닌 가상공간에서 열렸다는 점은 '버추얼'과 '디지털'로 요약되는 사이버 공간에 대한 인식이 그만큼 바뀌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가상세계, 사이버 공간은 그동안 실체적이고 물리적인 세계보다는 덜 중요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사람들은 더 이상 '중요한 일은 만나서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만나야만 일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재택근무 활용실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인사담당자 약 67%가 재택근무(원격근무)를 시행하기 전보다 업무 효율이 높아졌다고 답했다. 만나지 않고도 중요한 일들을 충분히, 심지어는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이가 경험하고 있다.
미·중 정상이 보여 준 시대적 변화는 교육과 게임 산업에서도 포착된다.
'메타버스 선두주자'로 꼽히는 미국 온라인 게임업체 로블록스는 교육용 비디오게임을 개발하는데 1000만달러(약 118억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데이비드 바스주키 로블록스 공동 창업자 겸 대표는 “회사 창업 때부터 교육 목적을 잊지 않았다”면서 “학생들이 가상공간을 통해 경제적 상황과 관계없이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3분기 기준 로블록스 일일 이용자는 4700만명을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13세 미만 아동·청소년이다. 가상의 게임으로 교육 기회를 늘리겠다는 이 회사의 선언은 이제 결코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흔히 '디지털전환'이라고 하지만 세계 최대 경제 대국 정상들의 회담까지 디지털로 전환된 지금 변화의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10대들은 이미 가상공간에서 공부하고 친구와 교류하고 있다. 가상공간에 대한 근본적 인식 변화가 진정한 의미의 '뉴노멀'을 만들고 있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