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이노텍이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기판 시장에 초대형 투자를 결정하면서 경쟁사의 후속 투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FC-BGA 기판 시장에 '조 단위' 설비투자 전쟁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이미 FC-BGA 기판에서 1조원대 투자를 결정했다. 대덕전자는 내년까지 FC-BGA 증설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 코리아써키트도 글로벌 통신용 칩 제조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삼성·LG 대기업이 초대형 투자를 결정하면서 중견 기판업체의 투자 결정도 빨라지는 추세다. 몇몇 기업은 추가 투자도 검토 중이다. 내년을 기점으로 반도체 기판 투자 황금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해외에서도 비슷한 양상이다. 외신에 따르면 대만 유니마이크론과 난야, 유럽 에스티엔에스 등은 두 차례에 걸쳐 4조원을 웃도는 금액을 FC-BGA 생산 증설에 투입한다. 갑자기 설비투자가 급증한 것은 반도체 기판 업황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IT기기 수요가 폭발한 것이 배경이다. 기술 측면에서 반도체 기판 설계가 복잡해진 점도 기판 수요 증가를 부추겼다. 서버용 기판의 면적이 점점 넓어지는 추세다. 기판 수요도 비례해 늘고 있다. 최근 단일 칩보다 기판을 2.5차원으로 쌓아 올리는 시스템인 패키지(SiP)가 증가한 것도 기폭제 역할을 했다.
공급망 이슈도 있다. 공급이 부족해 수요자가 앞다퉈 대규모 물량 확보에 나섰다. AMD, 인텔, 엔비디아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국내 여러 기판업체와 접촉해 공급 논의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판 업계 관계자는 “웃돈을 주고서라도 FC-BGA를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있다”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 업체는 고부가가치 FC-BGA 중심으로 기판 사업을 재편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저가형 기판시장은 값싼 중국산이 평정했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FC-BGA 경쟁이 불붙은 것도 이런 요인이다. 초기 생산물량 확보가 시장주도권을 좌우하는 부품사업 특성상 당분간 대규모 투자 경쟁은 불가피하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고부가 반도체 시장이 반도체나 패키지보다도 2배 이상 빠르게 시장이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인공지능(AI), 대규모 서버, 자율주행 시장 등이 향후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FC-BGA 수요는 지속 가파르게 올라갈 것으로 예측된다. PCB협회 관계자는 “PCB업체 외에도 신규로 FC-BGA사업을 검토하는 업체가 생겨나고 있다”며 “FC-BGA 시장 수급 불균형은 향후 5년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소라기자 srpark@etnews.com,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