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임기 마지막이 될 이번 '국민과의 대화' 관련 또 다른 관심 포인트는 대선 영향력 여부다. 청와대는 대선 주자에 대한 언급은 없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겠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대선 투표일을 100여일 앞둔 상황에서 벌인 국민소통 행보는 모든 정치권 이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여권 입장에서는 최근 밀리고 있는 이재명 후보 지지율을 반전시킬 수 있는 카드로 기대할 수 있다. 이 후보는 최근 핵심 정책이라 할 수 있는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사실상 철회했고 선거대책위원회도 재편하는 상황이다. 급기야 21일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통해 선대위 쇄신에 나섰다. 이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서는 선대위를 쇄신하는 절치부심의 시점에서 문 대통령이 직접 국민 소통에 나선만큼 긍정적 요인을 기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 후보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저부터 처음 정치를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 돌아가 새로 시작하겠다. 이 절박한 마음처럼 우리 민주당도 확 바뀌면 좋겠다”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반면에 야권은 이번 국민과의 대화는 엄연한 선거 개입이라는 입장이다. 대선후보들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었더라도, 아직 당적을 유지하고 있는 대통령이 정부의 주요 정책 성과를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정치적 의도가 반영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야권 일각에서는 문 대통령의 탈당 필요성 요구도 나오고 있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던 대통령이 여당과 대선 후보 지지율이 급락하자 갑자기 대규모 생중계 행사를 여는 것은 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에 대장동 사태 등에 대한 대통령 입장에 대해 명확히 밝히기 바란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입장에서도 이날 행사는 민감한 부분이 많다. 윤 후보는 현 정권 검찰총장 임명과 사퇴, 그리고 대선후보 출마까지 과정에서 문 대통령과 관계가 불편해졌다. 이른바 친문 지지자들로부터 반감을 사고 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영입을 성사시키고 이번 주 본격적인 선대위 인선 발표를 앞둬 이번 문 대통령 행보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정치권은 다음 주 민주당과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그동안 기자회견 및 국민과의 대화 이후 지지율이 상승했던 선례가 그 이유다. 올해 1월 18일에 진행됐던 신년 기자회견은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전주 대비 5.7%포인트(P) 상승시키기도 했다. 2019년 국민과의 대화에서 역시 직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의 소폭 상승이 있었다. 여기에 민주당과 이 후보가 본격적인 쇄신 작업에 나서고 있어 두 사안의 시너지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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