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4차 5G+전략위원회'에서 5세대(5G) 이동통신 특화망 정책을 수립해 발표했다. 5G 특화망은 민간·공공 부문의 특정 지역에 한해 사용 가능한 5G 무선망으로, 각 수요기업 서비스에 특화한 맞춤형 네트워크를 말한다. 정부는 디지털 뉴딜의 핵심 인프라인 5G를 타 산업과 융합, 산업 전반의 디지털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5G 특화망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주파수를 할당받은 이통사만 5G망을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국내 시장 수요의 불투명성과 장비 개발 지연 등에 따라 대부분 실증이나 시범사업 수준에 머물렀다. 이에 반해 독일·일본·영국 등에서는 수요기업에 5G 주파수를 별도로 할당하는 정책을 내놓고, 제조업체와 학교 등 고속 데이터 전송이 필요한 분야에서 5G 특화망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다.
국내 또한 세계 최고의 5G 생태계 구축 및 신산업 육성을 위해 5G 전략을 마련하고 정부 정책 수립·이행을 통해 5G 특화망에 힘을 싣고 있다. 대·중소기업 등 다양한 기업 또한 5G 특화망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네이버는 제2 사옥에 5G 특화망 기반의 클라우드 로봇 시스템을 적용한다. 한국전력공사는 전국 1100여개 사업장에 5G 특화망을 도입하는 등 초고속 대용량의 라스트원마일(Last One Mile) 서비스 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전력 분야의 디지털변환을 가속화함으로써 정부의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분야에서 선제적으로 5G 기술을 활용할 길이 열린다면 민간 영역 분야에도 혁신 서비스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5G 특화망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에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 전문성이 부족한 비통신 수요기업 입장에서는 상용망과 차별화 없는 5G 특화망은 큰 메리트가 없을 수 있다. 5G 특화망 성공을 위해서는 수요기업 입장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첫째 전문성이 부족한 기업을 위해 특화망 신청부터 설계, 구축, 운영·유지보수 등 원스톱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에서도 5G 특화망 지원센터를 개설해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실질적인 지원이 되도록 수요기업 의견을 지속 청취하고 개선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둘째 5G 특화망 구축 및 주파수 비용 등 비용적인 측면이다. 5G 특화망 주파수는 신규 대역이다 보니 생태계가 아직 완벽하게 갖춰지지 못했다. 관련 단말도 일부 제조업체에서 개발하고 있고, 상용망 단말 대비 비용도 높다. 정부는 실증사업 지원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제조업체의 초기 개발 비용 부담을 줄여 제품 단가를 낮춰야 한다. 또 해외 5G 특화망 사례를 통해 전파사용료 등을 최소화, 수요기업의 부담을 덜어야 한다.
셋째 5G 특화망을 활용한 서비스 발굴이다. 현재 5G 특화망에 관심이 있는 기업이 20여개사나 있다. 그러나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킬러 서비스를 발굴하지 못해 주저하고 있다고 한다. 정부에서도 최근 몇 년 동안 5G 융합서비스를 위한 실증사업을 시행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는 거두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수요기업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킬러 콘텐츠 발굴이 전제돼야 5G 특화망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
넷째 수요기업이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상용망 및 5G 특화망에서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e-SIM을 도입한다면 수요기업은 1개의 단말기로 5G 특화망과 상용망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다. 정부도 올해 말까지 e-SIM 도입을 검토한다고 하니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5G 특화망이 첫발을 내디뎠다. 주파수 할당 공고를 통해 참여 기업 모집에 들어갔다. 민간·공공 부문의 다양한 기업들은 자가 인프라를 구축해서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정부와 수요기업·제조업체 간 소통을 강화해 정책을 마련하고, 과감히 투자해야 한다. 5G 생태계가 확대됨에 따라 5G 특화망이 활성화되고, 고용 창출 및 국민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이다.
육종관 연세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부회장 jgyoo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