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스타트업 생태계가 각종 규제로 무너지고 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는 핀테크 경쟁력을 결정짓는 규제환경, 망분리, 우수 정보기술(IT) 개발자 등 주요 요소에서 국내는 낙제점 수준이라고 평했다. 협회에 따르면 한국 핀테크 생태계 순위는 지난해 18위에서 올해 26위로 추락했다. 당장 핀테크 스타트업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에 몰렸다.
24일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은 “한국 핀테크 성장 순위는 2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면서 “내년에는 순위가 더 하락해 핀테크 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류 회장은 강력한 금융규제 환경, 폐쇄적 관행 등으로 혁신이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 시장과 대비해 국내 핀테크는 여전히 시작 단계다. 세계 핀테크 유니콘 94개 가운데 한국은 1개에 불과하다. 해외는 유니콘을 넘어 '드래곤' 기업을 향해 가지만 국내는 육성보다 규제에 골몰하고 있다. 기존 금융사와 경쟁 구도에 대해 불편한 시선도 내비쳤다. 은행은 평균 종사자가 1만명을 넘는 반면에 핀테크는 35명 수준이어서 규모 면에서 상대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핀테크 업체는 적자를 면치 못하지만 은행의 분기 이익은 10조원을 훌쩍 넘겼다.
류 회장은 금융소비자보호법 시행에 따른 금융 플랫폼 규제에 대해서도 작심하고 발언했다. 당국이 온라인 금융플랫폼에서의 '맞춤형 비교 추천서비스'를 중개 행위로 해석하면서 핀테크 기업은 중개업 등록을 해야 한다. 이로 인해 일부 핀테크 기업은 보험 추천서비스를 중단했다.
류 회장은 소비자 보호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금융소비자 피해 사고는 정작 옵티머스, 라임 등 정통 금융사 지점에서 더 많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류 회장은 여러 금융 상품과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받는 것이 진정한 소비자 보호라고 주장했다.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징벌적 손해나 페널티를 주는 방안으로 접근해야지 업권 전체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류 회장은 새로운 제도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동일 기능 동일 규제' 이슈에 대해서는 '동일 라이선스 동일 규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무수납제, 리볼빙, 카드론, 연회비 등의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사와 기능이 하나도 없는 간편 결제업체가 같은 규제를 받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혁신적인 핀테크 서비스 제공을 위해 금융상품별 금융 플랫폼 진입 규제 신설과 합리화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류 회장은 대안으로 일본의 새로운 온라인 금융서비스 중개업 신설을 거론했다. 이외에 금융혁신 분야의 망 분리 규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협회는 토스,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대형사뿐만 아니라 중소 핀테크사 344개가 모여있는 국내 대표 핀테크 단체다.
김지혜기자 jihye@etnews.com
협회 "주요 요소 낙제점" 작심발언
성장 순위 20위권…내년 더 추락
금융사와 경쟁구도 '불합리' 지적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국내 금융기관 영업이익국내 금융기관 종사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