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시장의 냉혹한 현실에 마음이 무겁다”

5년 만의 미국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우리 현장의 목소리와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직접 보고 오게 되니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열흘 간의 북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열흘 간의 북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4일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이 부회장은 24일 오후 대한항공 전세기 편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 테일러시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설립을 위한 170억달러(약 20조원) 투자를 확정한 날이지만 이 부회장은 긴장된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난, 미중 반도체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한 반도체 업황의 엄중함이 읽혀졌다.

이 부회장은 출장 성과와 소회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오래된 비즈니스 파트너들을 봤다”라며 “회포를 풀고, 일에 대해 얘기를 해 참 좋은 출장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대규모 투자 결정에 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투자도 투자지만, 이번에 현장의 목소리들, 시장의 냉혹한 현실을 제가 직접 보고 오게 됐다”며 “마음이 무겁다. 나머지 얘기는 다음 기회에 말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출장 기간 중 구글 등 글로벌 기업 경영진, 백악관 고위 관계자 등과 만남에서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이날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신규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최종 확정했다고 발표했다. 오스틴에 이어 삼성 미국 두 번째 파운드리 공장인 테일러 신규 라인은 내년 상반기에 착공된다. 2024년 하반기 가동이 목표다. 건설·설비 등 예상 투자 규모는 170억 달러에 달한다.

신규 라인에는 첨단 파운드리 공정이 적용된다. 5세대(5G) 이동통신, 고성능컴퓨팅(HPC),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첨단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한다. 국내 연구개발(R&D) 생태계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미국에 공장이 확장되더라도 첨단 R&D는 한국에서 주로 이뤄진다. 삼성전자는 국내 R&D 역량 강화로 새 일자리가 국내에서도 창출되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텍사스 주지사 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은 “테일러 신규 반도체 라인 투자 확정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일자리 창출, 인재양성 등 지역사회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테일러시에 들어서는 신규 라인은 평택 3라인과 함께 삼성전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 2030' 달성을 위한 핵심 생산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은 2019년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도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을 발표한 바 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 정용철·권동준기자 공동취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