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가운데 백신접종과 일상 회복에 따른 소비가 증가하면서 내년도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기관별로 엇갈리고 있다.
28일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이 전망한 내년 물가상승률은 2.0%로 국제기구 및 국내기관의 예측치보다 높다.
올해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6개월 연속 2%를 웃돌았고 지난 10월에는 통신비 지원 기저 효과 등으로 인해 3.2%를 기록한 바 있다. 배럴당 80달러를 오가는 국제유가와 공급망 차질에 따른 물류비 상승, 단계적 일상 회복으로 인한 소비 증가 등도 물가에 영향을 미쳤다.
내년 물가도 마찬가지로 상방과 하방 압력이 혼재해 있다. 유가와 천연가스 등 에너지 가격 상승세, 백신접종과 방역 정책에 따른 소비 회복 또는 위축, 공급병목 물가 영향 확대 등이 영향을 줄 전망이다.
2%대 물가상승률이 지속될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한은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이 같은 추세는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봤다. 내년 하반기가 돼서야 1.8%로 물가안정 목표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8월까지만 해도 물가 상승이 일시적이라고 봤지만 이제는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한은 물가 전망치는 국내기관은 물론 국제기구 예상치보다도 0.3~0.4%포인트(P) 높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아시아개발은행(ADB)은 모두 내년 한국의 물가상승률이 1.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예측한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1.7%다.
한은은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올해 대비 2.1% 상승하고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도 1.8%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KDI가 예측한 근원물가는 1.7%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년도 물가 전망에서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가 간 차이가 좁혀진다는 것은 공급 요인이 여전히 물가 상승에 영향을 주는 가운데 수요 요인에 의한 상방 압력이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전망기관별 소비자물가 차이는 내년도 유가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KDI는 내년 유가를 70달러로 예상한 반면에 한은은 국제유가 평균을 80달러로 예측했다. 천소라 KDI 연구위원은 “유가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가운데 내년에도 고유가가 지속되는 경우 정부의 추가로 정책 대응을 할 가능성이 있는 점도 물가상승률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기관별 예측치가 엇갈리면서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물가 예측치에도 관심이 쏠린다. 정부는 다음달 '2022년 경제정책방향'에서 내년도 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유가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 내년도 소비자물가를 가늠하기 위해 다양한 기관의 유가 전망치를 참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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