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카드 밴 업계와 갈등...매입방식 전환 검토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29일 현대카드에 일방적인 매입 방식 전환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자료=전자신문DB)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29일 현대카드에 일방적인 매입 방식 전환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자료=전자신문DB)

현대카드가 밴(VAN)사에 데이터 캡처 매입 방식 전환을 통보하고 밴 수수료 지급 중단을 선언했다. 정부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정책이 카드업계에 후폭풍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됐다.

29일 현대카드는 최근 밴사에 위탁하던 데이터캡처 업무 위탁을 소프트웨어(SW) 솔루션 기반 매입청구 대행사인 케이알시스(KRSYS)에 넘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현대카드는 나이스정보통신, 키스정보통신, 케이에스넷, 스마트로, KICC 등 상위 밴사 5곳에 데이터캡처 매입 청구 업무 전환을 통보하고 앞으로 밴 수수료를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기존 밴 수수료 지급 방식은 오는 12월 또는 내년 1월에 중단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밴 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밴 대리점협회 격인 한국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이날 현대카드의 일방적인 매입 방식 전환을 철회하라는 공문을 회사 측에 발송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확정된 것은 아니며, 수익 압박이 있어 경비 절감과 효율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안”이라면서 “과거와 다르게 전표 수거의 의미가 없어지고 관행적으로 주고 있어 전혀 효용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카드사와 밴 업계가 데이터 캡처 업무 위탁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보다 앞서 카드가맹점 수수료 인하 등으로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자 신한카드, 롯데카드 등이 SW 기술을 이용하는 방식을 추진했다. 다만 밴 업계의 강한 반발에 부닥쳐 사실상 철회했다. 일반적으로 밴사는 카드사 승인중계와 전표매입 업무를 대행해서 수수료를 받는다. 가맹점에서 카드 거래가 발생하면 가맹점은 현금 대신 신용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매출전표를 현금화해야 한다. 매출전표 현금화 행위를 과거엔 은행·카드사 창구를 직접 방문해서 처리했지만 현재는 밴사가 전자매입 방식으로 대행한다.

데이터 캡처 방식 매입 청구 업무는 가장 일반적인 카드 거래 형태로 이뤄지며, 승인 수수료(정률제)에 추가로 30원이 책정된다. A가맹점에서 결제가 이뤄지면 매출전표를 밴 대리점이 수거해서 밴사에 보낸다. 이후 밴사가 이를 카드사별로 분류해 전달하며, 이때 용역비용이 발생한다. 용역비용은 건당 30원이다. 초기에는 카드사가 18원, 밴사가 12원을 각각 부담했다. 이는 과거 도산 위기에 처한 밴 대리점을 지원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중재한 안이다. 지난 2016년 정부가 무서명거래를 도입하면서 데이터캡처 위탁업무를 담당한 수만개 밴 대리점이 수수료가 없어짐에 따라 줄도산 위기에 처하자 금융위원회 중재로 카드사와 밴사가 밴 대리점 용역비용을 보전하는 협약을 맺었다. 현재는 카드사와 밴사 간 협상으로 상당 부분 부담이 밴사 쪽으로 기울어졌다.

그러나 현대카드가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캡처 매입청구 방식으로 전환할 경우 밴 대리점에 지급하는 수수료를 밴사가 떠안게 된다. 밴 업계 관계자는 “무서명거래 관련 수수료 부담이 밴쪽에 커지고 수수료 지급 방식이 금액에 비례하는 정률제로 전환하면서 수익성도 많이 악화됐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밴 수수료 부담까지 밴사에 요구하는 것은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신용카드조회기협회는 현대카드의 이번 조치가 사실상 생존을 위협한다며 철회를 요구하는 한편 최악의 경우 현대카드 매입 업무 중단 등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