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국내 주력 제조업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기저효과 감소, 원자재 수급 불안과 미·중 무역 갈등을 비롯한 불확실성 영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반도체, 자동차, 정유,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자동차부품, 섬유, 가전, 바이오헬스 등 10개 수출 주력 업종 협회를 대상으로 '2021년 실적 및 2022년 전망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조사 대상 업종의 2021년 전체 평균 매출액은 2020년 대비 14.7%, 수출액은 24.1% 증가할 것으로 예측됐다. 2022년에도 매출액은 2021년 대비 4.9%, 수출액은 3.3% 증가하는 등 2년 연속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내년은 기저효과 감소로 성장세가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출액 성장률은 올해 대비 7분의 1에 불과할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 내년 가전, 철강 업종 등이 전년보다 매출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전업계는 프리미엄 제품군 수요 확대 등 코로나19로 인한 특수 효과가 줄면서 매출이 5~10%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업계는 글로벌 수요 둔화와 수출단가 조정의 영향으로 매출이 5%까지 줄어들 것으로 봤다. 디스플레이와 반도체업계는 각각 패널과 메모리 가격 하락을 반영해 전년과 유사한 수준의 실적을 점쳤다.
이에 비해 조선업계는 수주 증가와 선가 상승에 힘입어 2021년 대비 20% 이상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바이오헬스 업종 등도 2021년 대비 5~15% 매출 증가를 예상했다.
영업이익 추정을 통해 수익성을 예측해본 결과 내년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철강 업종의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주요 업종 협회 관계자는 최근 국내 수출기업 현안으로 부상한 원자재 수급 불안,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보호무역주의에 대해 내년 상황도 부정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경제 전반에 대해서는 2021년과 비슷하거나(50.0%), 약간 개선될 것(40.0%)으로 전망했다. 기업 국내 투자는 전년보다 약간 개선될 것(60.0%)이며, 국내 고용은 비슷할 것(70.0%)이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기업 경영활동 관련 우려 사항으로는 규제와 경쟁 제한(30.0%)을 가장 많이 꼽았고, 주 52시간 근로제로 인한 인력 운영 애로 등 노동 부담(20.0%), 온실가스 감축 부담(15.0%) 등 순이었다. 우리나라 기업 경영환경 개선을 위한 지원정책으로 기업 투자 활동에 대한 세제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30.0%)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원자재 가격 불안정과 공급망 차질의 악재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재확산도 여전히 불안 요인”이라면서 “2022년에 우리 기업이 어려운 여건을 돌파할 수 있도록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