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소연료전지 발전설비가 세계 최초로 700㎿ 넘게 구축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 2위 미국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용량으로 발전용 연료전지 설비가 양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에서는 국산 발전용 연료전지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개질수소에 의존한 발전설비 확대가 우려된다. 청정수소를 확대하기 위한 제도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우리나라에 구축된 연료전지 발전설비는 714㎿로 세계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세계 2위인 미국의 540㎿보다 174㎿나 더 많은 연료전지 발전설비 규모다.
우리나라는 2019년 '수소경제 로드맵'을 수립한 이후 공격적으로 연료전지 발전설비를 구축해왔다. 2019년 333㎿, 2019년 405㎿, 지난해 610㎿에 이어 올해 714㎿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최근 발전공기업들의 연료전지 입찰 규모 등을 고려하면 연내 800㎿에 근접한 발전설비가 구축될 전망이다.
이 같은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산 발전용 연료전지의 입지는 좁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세계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은 우리나라 두산퓨얼셀과 미국 블룸에너지가 양분하고 있는데 최근 두산퓨얼셀의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이 급격하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두산퓨얼셀 공시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은 31%로 지난해 70%와 비교해 점유율이 39%P나 하락했다. SK에코플랜트와 미국 블룸에너지가 합작한 블룸SK퓨얼셀이 공격적으로 국내 영업을 확장하면서 고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나라는 RPS로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을 보조하는데 RPS는 발전효율이 수익성과 직결된다. 블룸에너지가 제조하는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는 발전효율이 50~60% 수준인 반면에 두산퓨얼셀이 제조하는 '인산형 연료전지'(PAFC)는 발전효율이 40~45% 수준에 불과하다. 현행 제도에서는 두산퓨얼셀의 PAFC 방식이 힘을 얻기 어려운 구조다.
또 현행 제도에서 발전용 연료전지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를 활용해도 제약이 없다. 이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블루수소'나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그린수소' 활용을 촉진하기 위한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정부는 현행 RPS를 청정수소발전의무화제도(CHPS)로 전환하면서 청정수소 사용을 촉진할 계획이다. CHPS는 RPS에서 수소발전을 분리해 청정수소 사용을 확대할 수 있다. 현재 국회 상임위에 CHPS와 청정수소 인증제를 골자로 한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는데 법 통과가 시급하다. 아울러 발전용 연료전지를 분산에너지 자원으로 접근,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연료전지 업계 한 전문가는 “연료전지는 철저히 분산자원으로 분류돼 재생에너지나 원전을 보조하는 유연성 자원이 돼야 한다”면서 “탄소중립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력뿐만 아니라 연료전지의 열까지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표>국내 연료전지 발전설비 용량(누적 기준)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표>두산퓨얼셀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점유율
자료: 두산퓨얼셀 공시자료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