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정부가 관련 세제지원 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30일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는 지난 29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비에 세액공제를 신설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을 통과시켰다. 또 겸용시설에 대한 세액공제를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세법개정안에서 통합투자세액공제에 국가전략기술 단계를 신설하고 국가전략기술로 지정된 설비투자와 연구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율을 기존 대비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국가전략기술로는 경제·안보 목적상 중요하고 산업 파급효과가 큰 반도체, 배터리, 백신이 지정됐다.
기재위 조세소위를 거치면서 반도체 업계 요구도 반영됐다.
업계에서는 국가전략기술 전용 시설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생산하는 겸용시설에 대해서도 전략기술을 생산하는 비율에 따라 세액공제를 해달라고 요구해왔다. 하나의 장비에서 국가전략기술에 해당하는 제품을 99% 생산하고 1%만 다른 제품을 생산해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홍정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겸용시설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당초 기재부는 겸용시설에 대한 세액공제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국가전략기술 제품 생산에 사용된 비중을 추산하기 어렵고 납세 회피 유인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각국이 세제혜택을 내세워 반도체산업 지원에 나서자 겸용시설에 대한 공제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과 중국기업의 반도체 수요로 성장해왔으나 미국의 자국 반도체 기술 통제 정책에 따라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은 반도체 매출 세계 2위, 메모리는 1위 강국임에도 연구개발과 고급인력 양성은 민간에 맡겨놨다”고 지적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업계 요청을 받아들여 겸용시설 세액공제를 시행령에 반영하기로 했다”며 “구체 시행령은 내년 초 확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액공제를 받는 기준은 설비를 사용하는 시간이나 매출액 등 다양한 기준을 종합 검토하게 된다. 정부의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신설에 따른 세제지원 규모는 약 1조1600억원이다. 이 중 8830억원이 대기업에, 2770억원이 중소기업에 돌아간다. 겸용시설 세액공제가 추가되면 세액공제로 인한 세수 감소 규모는 이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기재부가 겸용시설 세액공제를 시행령에 포함하기로 진일보한 결정을 내린 만큼 전략기술이 실질적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시행령이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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