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케미칼과 제너럴모터스(GM)의 양극재 합작사 설립은 전기차 배터리 생태계에 지각변동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소재→배터리 제조사→완성차'로 이어지는 밸류체인이 '소재→완성차'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GM에 이어 테슬라, 폭스바겐 등도 배터리 내재화에 나설 방침이어서 자칫 배터리 제조사를 건너뛰는 구조로 재편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터리 제조사 패싱 '신호탄'
포스코케미칼과 GM의 합작은 내용에서도 배터리 제조사에 충격파를 안겼다. 포스코케미칼이 차세대 배터리에 쓰일 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NCMA) 양극재를 합작법인에서 생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NCMA 양극재는 포스코케미칼이 지난 50년 동안 배터리 소재기업으로 쌓아 온 기술 노하우가 집약된 것이다. 이를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 공급하기 전 합작사를 통해 먼저 상용화한다. 배터리 제조사를 건너뛰는 '패싱'이 이뤄지는 셈이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뿐만 아니라 음극재도 생산한다. 양극재 합작사를 기반으로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배터리를 내재화한 완성차 업체와의 직거래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GM은 합작사 설립으로 배터리 내재화에 속도를 내게 됐다.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 제조사 얼티엄셀즈에 양질의 소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향후 배터리 소재의 안정적 공급을 원하는 완성차 업체와 설비투자금 확보가 급한 소재기업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 비슷한 사례는 속출할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의 패싱이 잦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배터리 제조사 간 경쟁에 완성차도 가세, 무한경쟁이 예상된다.
◇합작사 초도물량 6만톤 예상
포스코와 GM 합작공장 투자 규모는 내년 초에 확정된다.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얼티엄셀즈에서 전기차 100만대 분량의 배터리를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합작사 양극재 공급 규모도 이에 맞춰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NCMA 초도물량은 6만톤 규모로 예상된다.
포스코케미칼은 양극재뿐만 아니라 음극재를 공급할 공산이 크다. 포스코케미칼은 미래 먹거리로 음극재를 점찍고 양산 준비에 들어갔다. 포항에 2307억원을 투자한 연간 8000톤 규모의 흑연계 음극재 공장을 완공했다. 합작사를 기반으로 GM에 먼저 음극재를 공급할 것으로 보인다.
GM과의 합작 실적을 기반으로 테슬라 등 다른 완성차 업체 공략도 쉬워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준 포스코케미칼 대표는 2일 “GM과 손잡고 글로벌 배터리 공급망 구축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돼 기쁘다”면서 “포스코케미칼은 그룹이 보유한 세계 최고 소재 기술, 양산 능력, 원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소재 톱티어로의 성장을 이끌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지웅기자 jw0316@etnews.com,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