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 반도체가 무엇인가. 정보신호를 감지하고 연산·변환 과정을 거쳐 특정 요구에 맞춰 실행 출력물을 만드는 반도체다. 오감으로 입력신호가 들어오면 우리 뇌가 과거 경험을 기반으로 축적된 다양하고 풍부한 학습 프로세싱에 따라 결과를 인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다. 시스템 반도체도 인지를 위해서는 뉴럴프로세서유닛(NPU)·텐서프로세싱유닛(TPU) 등과 같은 액셀러레이터가 필요하고, 그래픽처리장치(GPU)·중앙처리장치(CPU) 등 반도체 설계자산(IP) 엔진이 요구된다.
칩 전체 구동을 제어하기 위해 IP 엔진과 연동된 소프트웨어(SW) 운용체계(OS) 역시 필수다. 동시에 칩 기능에 맞는 하드웨어(HW) 아키텍처 구성이 필요하다. 내부엔 센서와 아날로그 회로 및 디지털 회로가 아키텍처에 맞게 설계되고, 파운드리 과정을 거쳐 비로소 칩이 탄생한다. 반도체 칩은 특정 응용제품에 맞는 다양한 SW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완성된 시스템이 자의적으로 동작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는 이처럼 모든 응용기기에 부가가치를 만든다. 아이디어를 구현하는 수단으로서 탄탄하게 구축돼야 비로소 제조 산업이 부흥할 수 있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무엇인가. 시스템 반도체를 만드는 생태계 전반을 말한다. 시스템 반도체 칩을 설계하는 팹리스와 재이용 가능한 기능의 블록을 설계하는 IP 개발업체, 반도체 제조 공장에 맞게 설계 서비스를 하는 시스템 솔루션업체, 여러 반도체 공정을 거쳐 최종 웨이퍼 형태의 칩을 만드는 파운드리업체, 칩을 테스트하고 패키징해 주는 OSAT업체 등이 있다. 여기에 소재·장비·부품(소부장) 업체가 시스템 반도체 칩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 이 가운데 시스템 반도체 설계업체, IP 개발업체, 시스템 솔루션업체로 구성된 산업이 반도체 설계 산업으로 볼 수 있다.
우리나라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세계 시장점유율 60~70%를 차지할 정도로 미세 공정 기술이 세계 최고다. 초격차를 유지하며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 파운드리 사업에서도 오는 2030년 세계 1위를 목표하고 있다.
우리나라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산업은 어떠한가. 세계적 팹리스 업체를 살펴보면 퀄컴, 엔비디아, 브로드컴, 미디어텍, AMD 등 연매출 5조원 이상 기업이다. 세계 톱10에 대만 기업이 3개나 차지했다. 이는 대만 TSMC와 UMC 파운드리를 기반으로 대만 팹리스 생태계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벤치마킹해야 할 대상이다.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족 문제를 시장 논리에 맡기면 팹리스 업체가 살아남기 어렵다. 정부와 산업계의 지원이 절실하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는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엄청난 기회를 맞았다. 10년 동안 세계 기술 트렌드는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컴퓨팅,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메타버스 분야로 진화해 나갈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따져보면 이면에는 AI 기능을 극대화하는 시스템 반도체 칩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각 시스템 반도체 칩을 응용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SW 기술이 필수다. 어떤 응용 제품의 기능과 성능은 시스템 반도체 칩으로부터 나온다. 칩은 팹리스가 기획·설계해서 만든다.
그렇지만 우리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산업은 매우 허약하다. 그나마 유지하고 있는 뿌리도 흔들리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분야 교수가 해마다 줄고 있다. 석박사 졸업생도 매년 감소하고 있다. 반면에 애플, 아마존, 구글, 테슬라와 같은 글로벌 완성품 업체는 시스템 반도체 칩을 자체 설계하기로 했다. 시스템 반도체 칩 설계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있는 산업인지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시스템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 산업과 비교해도 3배 정도 크다.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고도 성장할 것이다. 기술 흐름을 대기업이 모두 커버하기엔 너무나 많고 다양한 시스템 반도체 칩이 필요하다. 정보기술(IT) 산업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요구되는 생태계에선 대기업뿐만 아니라 많은 기술 스타트업 기업과 중소·중견 기업이 필요하다.
향후 10년은 과거 10년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생활과 산업 생태계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다. 어느 국가가 혁신적 IT 변화에 잘 대응해 나갈 것인가. 그것은 어느 나라가 고부가가치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산업을 활성화하는지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시스템 반도체 설계 산업 전반을 어떻게 혁신할 수 있는지, SW 산업과 함께 산업계와 정부·국회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서규 한국시스템반도체포럼 회장 / 픽셀플러스 대표 lsk@pixel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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