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제약사 화이자가 영국 정부와 비밀 유지 조항을 맺고 폭리를 취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화이자는 영국 정부를 상대로 원가 76펜스(약 1200원)의 백신을 22파운드(약 3만4500원)에 판매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언론 가디언 자매지 옵서버는 영국 정부가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 1억8900만회분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비밀유지 조항에 동의했다고 보도했다. 코로나19 백신 공급에 관한 어떤 분쟁도 기밀로 유지한다는 화이자 측 요구에 영국 정부가 합의하면서 향후 모든 중재 절차도 기밀에 부쳐지게 됐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보다 앞서 토머스 프리든 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백신 제약사가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면 '전쟁 모리배'와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화이자의 글로벌 백신 계약을 조사하는 미국 소비자권리단체인 퍼블릭시티즌 소속의 자인 리즈비 연구소장도 “(백신) 계약을 둘러싼 '비밀의 장벽'이 있다”면서 “공공 보건 위기 속에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리즈비 연구소장은 특히 영국 정부가 중재 절차에 관한 화이자 측 기밀 요구에 왜 합의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 리즈비는 “고소득 국가 가운데 화이자와 비밀유지 조항에 동의한 곳은 영국이 유일하다”면서 “제약사가 영국의 법적 절차를 우회할 수 있도록 허용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별개로 영국 공영방송 채널4는 생물공학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화이자 백신의 원가가 회당 76펜스에 불과하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영국 정부는 화이자 백신을 회당 22파운드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가와 구매 단가가 사실인 경우 화이자 측은 백신 공급당 약 2800%에 이르는 폭리를 취한 것이 된다. 이 같은 의혹에 화이자는 “코로나19 백신의 세전 이익률은 20% 초반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옵서버는 코로나19 사태 속 화이자의 고성장에 비해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부가 미미하다는 점도 거론했다. 옵서버는 “화이자가 지금까지 유엔의 '코백스'(COVAX)에 제공하기로 한 것은 4000만회분”이라면서 “전체 생산량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라고 꼬집었다. 코백스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소외된 저소득 국가를 위해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등이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구매하고 배분하는 국제 프로젝트다.
화이자는 올해 세계에 백신 총 23억회분을 공급하면서 약 360억달러(약 42조59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오다인기자 ohda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