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절반, 내년 투자계획 '시계 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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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이 1개월도 남지 않았지만 주요 기업의 약 절반은 아직도 내년도 투자계획을 세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획을 세운 기업도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거나 줄이겠다는 곳이 대부분이다. 오미크론 등 위험 요인이 산재, 기업이 투자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매출액 500대 기업 2022년 투자계획. [자료:한국경제연구원]
매출액 500대 기업 2022년 투자계획. [자료:한국경제연구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여론조사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으로 '2022년 투자계획'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49.5%가 내년도 투자계획이 없거나(8.9%) 아직 계획을 세우지 못한(40.6%) 것으로 나타났다고 13일 밝혔다. 내년도 계획을 세운 기업의 비중은 50.5%로, 이 가운데 절반 이상(62.7%)이 내년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겠다는 기업은 31.4%, 줄이겠다는 기업은 5.9%로 각각 조사됐다.

한경연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500대 기업의 63.8%가 전년 동기 대비 투자를 줄였다”면서 “내년에도 오미크론 바이러스 변종 확산 등 경제 회복을 제한하는 위험 요인이 산적, 기업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될 우려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내년도 투자를 올해보다 늘리지 않겠다고 응답한 기업은 그 이유로 경제 전망 불투명(31.8%), 주요 투자 프로젝트 종료(31.8%)를 꼽았다. 그 외에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교역 환경 악화(19.7%), 경영 악화에 따른 투자 여력 부족(12.1%), 과도한 규제(7.6%), 투자 인센티브 부족(1.5%)도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이유로 지목됐다. 한경연은 국내 기업이 글로벌 재정 긴축과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미-중 갈등, 국제원자재 가격 및 물류비 상승 등 대내외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내년도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산업 내 경쟁력 확보(50.0%), 신성장 사업 진출(25.0%), 노후설비 개선(12.4%), 2022년도 경기 개선 전망(6.3%), 제품 수요 증가 대응(6.3%) 순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이 뽑은 투자 활성화 과제. [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업들이 뽑은 투자 활성화 과제. [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업이 체감하는 국내 투자 환경은 100점 만점에 65.7점으로 조사됐다. 기업은 '고용 및 노동규제'(35.3%)가 국내 투자를 위축시키는 대표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500대 기업의 절반 이상(58.4%)은 2022년도 경제 환경을 올해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도 경제 환경이 올해보다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은 24.8%,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16.8%로 각각 조사됐다. 내년도 투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는 응답 기업의 52.9%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생산비용 부담 증가'를 지적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기업들의 투자는 한국경제 지속 성장과 국내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초석”이라면서 “규제 완화, 세제 지원 등 투자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