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연구진이 다양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기 성능을 정량평가하는 기술을 구현했다.
강필성·안희경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광영상측정표준팀 연구원은 VR·AR 기기 하드웨어(HW) 성능평가를 위한 광특성 및 영상품질 측정기술을 개발했다고 13일 밝혔다.
많은 VR·AR 기기가 출시되지만 광특성·영상품질 등 성능 개선은 갈 길이 멀다.
가상 영상을 더욱 크고 넓게 보이도록 기기 디스플레이에 복잡한 광학시스템이 더해지는데, 디스플레이와 광학시스템 성능에 따라 사용자가 느끼는 기기 성능이 좌우된다.
VR·AR 시야각, 왜곡, 색수차, 휘도 및 색도 균일도 등 주요 성능 인자들은 상충되기 때문에 이런 성능을 함께 향상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대부분 제조사는 시야각, 디스플레이 해상도 등 간략한 성능만 내세워 홍보한다. 그동안은 광학특성 및 영상품질을 정량 검증할 방법이 없었다.
연구진은 사람 눈 특성을 반영한 '측정 프로브(안구모사 측정부)'를 구현하고 여기에 VR·AR 영상을 통과시켜 분광복사기와 이미지센서로 분석하는 방식을 썼다. 휘도와 색도 등 '광특성 측정'과 시야각, 왜곡, 색이 분리돼 표현되는 색수차 등 '영상품질 측정'을 한 개 측정 프로브를 통해 이루는 것이 난관이었다. VR·AR 기기 전용 측정 프로브 개발은 해외에서도 사례가 드물고 국내에서는 최초다.
측정 프로브 개발 시 사람 눈의 동공 크기, 기기 렌즈와 사람 눈 각막 사이 거리(eye relief), 안구 회전, 시야각, 시력 특성 등을 면밀히 반영했는데 이 역시 쉽지 않았다.
연구팀은 휘도, 색도, 시야각, 왜곡, 변조전달함수(MTF), 대비전달함수(CTF), 색수차로 구성된 주요 7개 인자에 대해 세계 수준의 평가 신뢰성 및 불확도를 확보해 장비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국내 최초로 관련 평가시험 절차도 제정했다.
개발 기술은 평가 인증 기관에서 활용 가능하다. VR·AR HW 제조사가 자사 제품을 평가하고 성능 고도화에도 사용할 수 있다. 이미 표준연에서는 관련 대외 측정 서비스를 시작해 공인 성적서를 발행하고 있다. 장비화 기술은 측정장비 업체 래디언트솔루션과 기술이전 계약을 완료했고 향후 국산 상용 측정장비를 출시할 예정이다.
안희경 연구원은 “측정 기술은 국제표준과 연계될 때 의미를 지닌다”며 “연구진이 연구내용을 바탕으로 국제전기기술위원회(IEC)에서 VR·AR 광특성 측정법 및 광학소자 측정법에 대한 PWI(국제표준 정립 위한 사전작업) 프로젝트 리더를 맡아서 활동 중”이라고 말했다.
강필성 연구원은 “2018년부터 제로 베이스에서 연구를 시작해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며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로 측정기술 및 장비 개발, 국내 측정표준 정립, 국제 표준활동, 그리고 기술이전이라는 큰 성과를 함께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전=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