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환불 사태를 일으킨 '머지포인트'의 핵심 인물인 권남희 머지플러스 대표와 권보군 최고전략책임자(CSO)가 구속되면서 사업 지속성에 불안감이 커졌다. 이달부터 새롭게 도입한 '머지코인' 시스템도 환불 불가를 전제하는 등 소비자에게 불리한 방식이어서 '12월 폐업설'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13일 오후 머지포인트 홈페이지 운영이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머지포인트 도메인으로 접속하면 홈페이지 제작 사이트 윅스의 안내페이지로 연결되며, '아직 도메인이 사이트와 연결되지 않았다'는 문구가 출력된다. 이용 기간 만기에도 도메인 서비스 이용료를 납부하지 않아 정지된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 애플리케이션(앱)은 운영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이달 '머지유니버스'라는 서비스를 도입한다며 고객이 보유한 머지포인트를 새로운 '머지코인'으로 전환할 것을 공지했다. 동시에 머지포인트를 결제할 수 있는 오프라인 가맹점 서비스를 중단하고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 일부 브랜드를 입점시켰다.
전환 조건은 고객에게 크게 불리하다. 고객이 머지머니를 머지코인으로 전환할 경우 일시에 보유하고 있는 모든 포인트를 머지코인으로 전환하는 방법만 지원한다. 머지코인으로 전환할 경우 이후에는 이를 사실상 현금으로 환불받을 수 없도록 조건을 내걸었다. 머지코인 환불 조건은 고객의 '이민이나 영구 출국 등 국내 미체류' 또는 '사망'이다. 이와 함께 머지플러스 사업종목 전환, 사업 포기, 업체 간 통합이 있는 경우에도 보상 여부를 명확히 하지 않았다. 모바일 앱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머지코인은 소멸한다는 조항도 붙였다. 이 때문에 고객은 머지플러스 측이 사실상 보상 책임을 회피할 목적으로 머지코인이라는 시스템을 신설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머지플러스는 추가로 약관을 개정하며 머지포인트의 유효기간과 상법상 채권 소멸시효를 새롭게 적용한 약관을 적용할 예정이다. 바뀐 약관에서는 유효기간 1회 연장 조항을 삭제하고 포인트의 시효를 5년으로 잡는 내용을 추가했다. 5년 내로 환불을 받지 못한다면 이용자는 보상을 요구할 방법이 없어지는 것이다.
머지코인으로 전환한다고 해서 고객의 손해가 메워지는 것도 아니다. 머지포인트에는 현재 7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는 가운데 브랜드당 입점 상품이 5~10개 수준에 불과, 구색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또한 시중가 대비 오히려 비싼 가격에 상품이 올라와 있어 메리트가 없는 경우도 있으며, 머지코인 결제액 제한이 있어 물품가액 대부분을 현금으로 따로 지불해야 한다.
결제처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머지코인을 일부 결제에 쓸 수 있는 브랜드로는 7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잎순, 브레드가든, 네이처샵, 이블 등 4개 브랜드는 모두 운영사가 '메치메이커스'로 판매점과 사업자명이 같다. 메치메이커스가 지난달 사업자 등록이 이뤄졌다는 점, 기존 머지플러스와 같은 고객센터 전화번호 등을 사용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사실상 머지플러스 관계사라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