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실트론 지분 인수 관련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에 직접 출석했다. 최 회장은 취재진 질문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공정위는 15일 오전 10시부터 정부세종청사 심판정에서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관련 전원회의를 열었다. 최 회장은 이날 오전 9시 49분께 검은색 제네시스 차량을 타고 공정위 청사에 도착했다. 남색 정장과 남색 넥타이 차림으로 오른손에 서류봉투를 들고 청사에 들어갔다. 최 회장은 '직접 소명하러 온 이유가 무엇인가' '사익 편취나 부당 지원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근거가 무엇인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곧장 안내 데스크로 이동, 손목 체온측정을 한 뒤 방문증을 받아 4층 심판정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대기업 총수가 직접 전원회의에 출석하는 것은 이례이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당사자가 나올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이날 공정위 1층 출입구에는 포토라인이 쳐 졌고, 최 회장을 취재하기 위한 취재진이 몰려들었다. 이날 전원회의에서는 최 회장이 지난 2017년 SK실트론(당시 LG실트론)의 지분 29.4%를 인수하는 과정에서의 위법성에 대한 법리 공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SK㈜는 2017년 1월 반도체 웨이퍼 생산기업 SK실트론의 지분 51%를 주당 1만8138원에 인수하고, 이어 3개월 뒤 잔여지분 49% 가운데 KTB PE가 보유한 19.6%를 주당 1만2871원에 추가로 사들였다. 남은 29.4% 지분은 최 회장이 사들였다. 공정위는 경영권 프리미엄이 사라져 잔여지분을 최초 인수가 대비 약 30% 싸게 살 수 있었음에도 19.6%만 인수, 최 회장에게 지분 취득 기회를 넘긴 것으로 보고 있다. 공정거래법은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 기회를 제공하는 행위를 통해 동일인(총수) 등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는 것을 금하고 있다.
SK 측은 당시 주주총회 특별결의 요건을 갖춘 70.6%의 지분이 이미 확보돼 추가 지분 취득이 불필요했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이 지분 인수로 이익을 얻을 수 있었는지 또한 불투명했다고 봤다. 전원회의는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 측의 요청에 따라 오후 심의 일부는 비공개로 이뤄진다. 심의 종료 후에는 위원들이 비공개로 모여 위법 여부, 조치 내용 등을 의결한다.
공정위 전원회의는 9명의 위원이 참석하지만 이날은 9명 가운데 4명이 제척·기피 사유로 빠지면서 5명이 심의한다. 최소 의결정족수가 5명이기 때문에 한 명이라도 법 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면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게 된다. 공정위 결정은 법원의 1심 판결과 같은 효력이 있다. 전원회의 처분 결과에 SK가 불복하면 고등법원에서 재판이 이뤄진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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