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과학탐구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출제오류 논란과 관련, 정답을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출제 오류 관련 사과하고 항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이주영 부장판사)는 15일 수능 생명과학Ⅱ 응시자 92명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을 상대로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문제에서 제시한 조건을 사용해 동물 집단의 개체 수를 계산할 경우 특정 유전자형의 개체 수가 음수(-)로 나타난다”면서 “동물 집단의 개체 수가 음수일 수 없어 이 문제에는 주어진 조건을 충족하는 집단 Ⅰ·Ⅱ가 존재하지 않는 명백한 오류가 있다”고 판결 배경을 밝혔다.
앞서, 평가원은 출제 오류에 대한 문제제기에, 이러한 오류를 인정하더라도 문제 풀이는 할 수 있다면서 정답을 유지했다. 학생 92명은 정답 처분 취소 소송과 효력 중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정답 효력이 본안 판결까지 정지됐었다. 이 때문에 대입 일정이 하루이틀씩 밀리는 등 혼란이 있었으며, 생명과학Ⅱ 응시자 6515명은 해당 과목 성적이 공란인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정답 취소 판결이 나오자,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은 '정답 없음'으로 처분해 성적을 재산출, 응시생 6515명에게 이날 오후 6시부터 성적을 제공한다. 응시생은 전원 정답을 맞춘 것으로 계산된다.
강태중 평가원장은 “재판부 판결을 무겁고 겸허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면서 무엇보다도 수험생과 학부모님 그리고 학교 선생님을 포함한 모든 국민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면서 “저는 이번 일의 책임을 절감하고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평가원은 이번 판결에 대해 항소는 하지 않기로 했다.
'정답 취소'라는 초유의 결정이 나오면서 수험생들의 입시 결과에 적지않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전체 응시생 44만8138명 가운데 생명과학Ⅱ 응시자 수는 1.5%에 불과하지만, 과학탐구 Ⅱ 과목 가운데서는 가장 많다. 전국 의약학계열 등 상위권 학생들이 많이 응시해,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