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시민 기술과 민관협치

[리더스포럼]시민 기술과 민관협치

정보통신기술(ICT)은 네 가지 특성을 띤다. 첫째 항공우주 기술, 바이오 기술과 같이 수준이 높고 선구적인 첨단기술이다. 둘째 인류의 생산방식 개선을 가져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범용 기술이자 3차 산업혁명과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이다. 셋째 해당 국가나 사회 환경에 적합하게 적용돼 사회 구성원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적정 기술이다. 넷째 네트워크화 사회에서 시민이 직접 자신이 속한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시민 기술이다.

시민 기술(Civic Tech)은 2022학년도 EBS 수능완성 국어에 '시민 참여와 시빅 테크'라는 지문이 실릴 정도로 일상생활에서도 익숙해졌다. 시민 기술은 '시민에 의한 기술' '시민을 위한 기술'이라는 의미를 담는데 시민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사용하는 기술을 총칭한다.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등 ICT는 대표 시민 기술의 하나다. 인터넷 서비스와 소셜 미디어가 발전하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보유한 공공데이터 접근성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에 시민 참여가 활발해졌다. 사회 문제와 시민 불편함을 정부에만 의존하지 않고 시민 스스로 ICT를 활용해서 해결해 나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대응 초기에 개발된 공적 마스크 애플리케이션(앱)이나 여러 나라에서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시도하고 있는 다양한 리빙랩이 대표 사례다.

인천시는 상대적으로 높은 아동 교통사고율, 아동학대 사건 등 아동 문제를 겪고 있다. 인천 지역의 아동교육 환경과 아동 대상 성범죄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천시는 ICT를 활용, 시민·전문가·기업·공공이 함께 인천 SOS랩을 운영하고 있다. SOS는 Solution in Our Society의 약자다. ICT가 시민 기술로 활용되고 있는 좋은 예다. 인천 SOS랩은 '아동이 행복한 도시, 인천'을 만들기 위해 인천시민들이 문제를 발굴하고 개념화한 뒤 해결 방법을 직접 도출한다. ICT 전문 기업이 솔루션을 개발하면 시민이 전문가와 함께 실증 과정에도 참여하도록 설계된 시민 기술 기반 리빙랩이다.

2020년에 시작한 인천SOS랩은 지금까지 인천시 4개 기초자치단체 주민 348명이 참여해서 아동 관련 문제 1189건을 발굴했다. 시민이 온라인 워크숍에서 아동 문제를 제시하고, 아동도 직접 참여해서 의견을 낸다. 110명의 인천시민 연구원과 31명의 아동 문제 전문가가 아동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실질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소프트웨어(SW) 전문 기업들이 솔루션을 개발한다. 인천SOS랩에는 인천시, 인천경찰청, 인천시교육청, 지역 대학교, 아동보호 전문기관, 어린이집 연합회 등이 함께 참여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민·관 협치의 모범사례를 보이고 있다.

2년 동안 인천SOS랩은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6개의 SW 솔루션을 개발했으며, 현재 4개의 솔루션이 실증 과정을 거치고 있다. 첫째 대기하고 있는 유해물질 이동형 감지 센서를 통해 수집한 빅데이터 기반으로 안전한 통학로를 안내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둘째 보육시설 폐쇄회로(CC)TV를 통해 아동학대 행동을 AI로 분석해서 제공하는 솔루션을 개발했다. 셋째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맞춤형으로 최적화한 교육 공유 플랫폼을 도입했다. 넷째 AI 기반의 아동 대상 사이버 성범죄 추적 및 탐지 시스템을 개발, 실증테스트를 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천의 아동 문제가 획기적으로 개선돼 나갈 것이다.

아동 문제 해결을 위한 인천SOS랩은 시민을 위한 기술인 ICT가 지역 시민, 전문가, 기업, 공공기관이 머리를 맞대고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민·관 협치와 만날 때 얼마나 풍성한 열매를 맺을 수 있는지를 보이는 대표 사례다. ICT라는 시민 기술과 민·관 협치가 만드는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앞으로 우리나라 모든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한다.

서병조 인천테크노파크 원장 suhbyungjo@itp.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