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교육청, 교실 공기순환기 '무작위 추첨' 뭇매

학부모 "학생 건강 직결…검증을"
업계 "제품별 필터 성능 차이 커"
교육청 "대상 제품, 기준 충족
다양한 업체에 기회 제공 취지"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전경
경기도교육청 북부청사 전경

전국 최대 규모로 진행하는 경기도 교내 공기순환기 사업이 도입 초반부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성능 검증 없이 무작위 추첨으로 납품업체를 선정,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산업계와 학부모 반대가 커지자 경기도의회도 성능평가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경기도교육청은 내년 초까지 도내 학교 3만7500여개 교실에 공기순환기를 설치하기로 했다. 투입 예산만 1040억원이다. 전국 교육청의 공기순환기 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다. 3만7500여대 공기순환기 가운데 86%는 공동구매, 14%는 학교별 자체 구매 방식으로 도입한다. 공동구매는 관할 교육지원청이 업체를 선정하고, 관내 학교에서 일괄 구매할 예정이다. 사업은 미세먼지, 코로나19 재확산 위협으로부터 학생 건강권을 지키자는 목적에서 추진됐다.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며 손소독을 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한 초등학교에서 초등학생들이 학교로 들어가며 손소독을 하고 있다.(자료: 전자신문 DB)

쟁점은 업체 선정 방식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조달 등록된 공기순환기 업체 가운데 무작위 추첨으로 2개 업체를 우선 선정한다. 이후 조달입찰(MAS) 표준평가방식 3개 가운데 한 방식을 추첨, 이 기준을 적용한 최종 공급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업계와 학부모 단체는 단순한 교육 자재가 아니라 학생 건강과 직결된 공기순환기 공급업체를 성능평가 없이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와 미세먼지 악화 등 교내 공기 질 관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만큼 충분한 검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6일 “제품마다 필터 두께가 최소 1㎝부터 8㎝ 이상으로 다양하고, 0.3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극초 미세먼지까지 거르는 필터가 탑재된 제품이 있는 등 차이가 있다”면서 “이를 무시한 채 무작위 추첨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 건강권 보장이라는 사업 취지가 무색한 데다 제품 수준을 동일하게 취급하면 어떤 기업이 기술 개발에 투자하겠느냐”며 반발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공기청정기는 기능을 볼 필요가 없는 책상이 아니다”라면서 “무작위 추첨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기순환기도 제품별 심도 있는 성능평가로 학생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사업은 각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2개 업체 추첨을 완료하고 평가 방식을 확정했으며, 최종 사업자 선정만 앞두고 있다. 공기순환기 업계는 물론 '미세먼지대책을촉구합니다' 등 학부모단체도 성능평가 배제에 문제를 제기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경기도의회도 사업 진행에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

전승희 경기도의회 의원은 “과거에도 경기도교육청이 공기순환기 도입을 추진하다 소음 등 제품 문제가 발생해 잠정 보류된 적이 있다”면서 “최근 미세먼지 문제와 코로나19 위협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성능평가는 필수며, 관내 전 교실에 설치하기 전 시범사업 등으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조달 등록된 공기순환기가 국가 기준은 물론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강화된 기준까지 충족한다며 사업 변경이 어렵다고 답변했다. 교육청 측은 “구매 고려 대상 제품은 공기순환기와 관련해 강화된 KS 기준과 조달 기준,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한 기준까지 모두 충족해서 성능은 검증된 상황”이라면서 “특정 업체의 제품이 쏠리는 것을 막고 다양한 업체에 기회를 주기 위해 추첨제를 실시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교육청 공기순환기 설치 사업>

경기교육청, 교실 공기순환기 '무작위 추첨' 뭇매


정용철기자 jungyc@etnews.com